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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오프 더 볼, 공이 없는 곳에서도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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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2 22:57:50 수정 : 2025-07-02 22: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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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시작된 이재명 정부 90분
국민 눈높이 맞는 정책 완성 위해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고민 있어
함께 뛰는 마음으로 성공을 바라야

2023년 9월 24일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토트넘 홋스퍼와 아스널의 치열한 북런던 더비가 열렸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두 골을 넣었다. 그것도 아스널 홈팬들 앞에서. 사실 ‘두 골을 넣었다’는 표현은 간단하지만 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이날 90분 가까이 뛰며 총 13.19㎞를 달렸다. 공을 터치한 횟수는 35번. 평균적으로 한 번의 터치에 1~2초를 쓴다고 가정하면 공을 직접 만진 시간은 채 1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단 1분을 위해 그는 89분 이상을 쉼 없이 움직였다.

정치도 이와 닮았다. 이제 막 출범한 이재명정부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눈에 들어오는 순간은 많지 않다. 뉴스에 등장하는 건 몇 명뿐이고 기억에 남는 장면은 더욱 적다. 하지만 그 짧은 한 순간을 위해 수많은 내각 인사들이 하루 10㎞ 이상 사방으로 정신없이 뛰고 있다. 회의를 돌고 정책을 조율하고 국민의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마침내 손흥민의 정확한 왼발 킥처럼 단 하나의 ‘정책 골’이 성공하는 것이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대통령은 종종 스트라이커로 비유된다. 팀의 최전방에서 결정적인 골을 넣는 사람. 하지만 축구 팬들은 안다. 스트라이커가 뛰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공을 따내고 연결하고 패스해야 한다는 것을. 좋은 골은 혼자 만들 수 없다. 손흥민의 골 장면을 다시 보자. 페리시치가 방향을 틀고 매디슨이 드리블을 하고 정확한 타이밍에 찔러준 그 패스를 손흥민이 마무리했다. 골은 한 사람이 넣었지만 모두가 함께 만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팀의 ‘캡틴’이다. 국민은 관중석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본다. 관중 가운데는 열성 팬만 있는 게 아니다. 냉소적인 해설자가 적지 않고 상당히 많은 관중은 야유를 보낸다. 물론 선수들에게 힘을 주는 이들은 열성 팬이다. 이제는 열성 팬도 좀 달라졌으면 한다. 더 이상 ‘실점만 하지 마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보지 말고 ‘어떻게든 골 하나 넣자’는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는 시대가 되었으면 한다. 골은 누군가를 무너뜨려야만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만들어낼 수도 있다.

축구에는 ‘오프 더 볼(off the ball)’이라는 개념이 있다. 선수가 공을 소유하지 않거나 공과 밀접하게 관여하지 않는 상황을 가리키는 축구 용어다. 이에 반해 공을 소유하고 있거나 공과 밀접하게 관여하여 플레이하는 상황은 온 더 볼(on the ball)이라고 한다.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 어디에 서고 어디로 움직이느냐가 경기의 흐름을 바꾼다. 실제로 선수 한 명이 공을 직접 만지는 시간은 경기 전체에서 고작 2~3분에 불과하다.

정치는 더 그렇다. 뉴스에 이름이 오르지 않아도, 마이크를 잡지 않아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국민을 위해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이 정부의 오프 더 볼 플레이어들이다. 그들의 움직임이 있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결정적인 패스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한 번의 터치가 골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경기들은 대부분 결과보다 과정에서 더 많은 감동을 선사한다. 모두가 뛰고 서로를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던 순간들 말이다.

이재명정부의 90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아직 점수는 없다. 하지만 체력은 충분하고 작전은 갖춰져 있고 무엇보다 열성적인 관객이 있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지 겨우 한 달. 아직은 전반 1분 30초쯤 경과했을 뿐이다. 몸도 덜 풀렸고, 아직 유니폼에 풀도 안 묻었다. 흔들릴 수도 있고 때로는 실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축구다. 중요한 건 마지막 휘슬이 울릴 때 스코어보드에 무엇이 남느냐다.

손흥민이 아스널을 상대로 골을 넣은 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골은 내가 넣었지만 팀이 해낸 승리다.” 이재명정부의 출범도 그렇다. 정치는 단체 경기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이 팀의 관중이자 때로는 선수다. 경기는 아직 시작일 뿐이다. 누군가 뛰는 동안 누군가는 믿고 볼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뛰어가야 한다. 그러니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볼이 없을 때도 함께 뛰는 마음으로 이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자.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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