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남부 각 5건으로 가장 많아
전문가 “엄격히 처벌해야 제도 효과”
“국회의사당을 공격하겠다”거나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등의 범죄 예고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함부로 올렸다간 실행 여부에 상관없이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협박한 사람을 처벌하는 ‘공중협박죄’가 3월18일 도입된 뒤 두 달 반 동안 관련 범죄 혐의로 전국에서 18명이 검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수사당국과 사법기관의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제도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1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경찰청 잠정 통계자료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3월18일부터 5월31일까지 검거 건수와 인원은 각각 18건으로 집계됐다. 3월에는 검거 건수가 없다가 4월 6건, 5월 12건으로 점차 늘었다.
검거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과 경기남부로 각각 5건으로 나타났다. 이외 충남에서 2건, 부산·광주·울산·경기북부·충북·제주에서 각 1건씩 발생했다.
3월18일부터 시행된 공중협박죄는 불특정 또는 다수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며 공연히 공중을 협박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법 조항이다. 상습범의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해 7년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공중협박죄가 신설되기 전엔 현행법상 한계가 있어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려웠다. 협박죄를 적용하려고 해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범죄성립 여부, 공소사실 특정 여부, 피해자 범위 등에 대한 해석이 모호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범행도구 구매, 범행계획 수립 등이 없으면 살인예비·음모죄 적용도 어려웠다. 또 반복성이 없으면 공포심·불안감 조성만을 이유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었다. 공중협박죄는 이 같은 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신설됐다.
제도 도입 이후 주요 검거사례를 보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 참가자를 상대로 위해를 가하겠다는 내용의 예고 글을 게시하거나, 헌법재판소·국회의사당 등을 점거하고 공격하겠다는 내용의 예고 글을 게시한 피의자가 적발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특정 다수를 죽이겠다는 글을 게시한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우연히 보게 된 목격자가 경찰에 신고해 검거된 사례도 있었다. 기차역에서 사람을 죽이겠다는 글을 SNS에 올린 피의자 역시 덜미가 잡혔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통령 아들 동호씨의 결혼식에서 이 대통령 가족에 대한 테러 모의 글을 SNS에 게시한 작성자가 공중협박 혐의로 검거되기도 했다.

제도 시행 초기 일각에선 경찰 내 관할부서가 정해지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형사과와 사이버범죄수사과 간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후 경찰은 5월부터 관련 지침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력팀에서 공중협박 사건을 담당하되, 고도의 사이버 추적 기술을 필요로하는 경우에는 시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사건을 이관하도록 했다.
이윤호 동국대 명예교수(경찰행정학)는 “실제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각한 사법방해이자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는 공중협박은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그러나 누가 다치거나 죽는 눈에 보이는 피해가 없다 보니 사법당국에서 여전히 공중협박죄를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적극적인 처벌로 112·119 장난 전화가 감소한 사례를 언급하며 “제도 도입 초기에 신속·확실하고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범죄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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