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개 넘는 구호단체 보조금 못 받아
의학 학술지 “취약층 질병 증가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대외원조 조직인 국제개발처(USAID) 예산을 삭감한 영향으로 취약계층 어린이 450만명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1400만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세계적 의학 주간 학술지 랜싯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USAID는 2001년부터 20년간 9100만명의 사망을 방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133개국의 사망률 통계를 활용해 2001년부터 20년간 USAID가 전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다.
USAID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15% 감소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질병으로 인한 예방 가능한 사망을 막는 데 효과적이었으며 5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사망 감소율은 32%로 두 배 더 높았다.
USAID 지원을 많이 받은 국가에서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와 에이즈,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률이 지원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국가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USAID에 대한 자금 지원이 중단될 경우 향후 2030년까지 1400만명 이상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이 중 450만명은 5세 미만일 것으로 전망했다.
조사에 참여한 다비데 라셀라 글로벌보건연구소 건강영향진단평가그룹 부문장은 “미국의 원조 삭감으로 최근 20년간 이뤄진 취약계층 건강개선이 멈추고, 심지어 퇴보할 위험이 있다”며 “지금은 원조를 축소할 때가 아니라 확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3일까지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리는 ‘제4차 개발재원 총회’의 개막에 맞춰 발표됐다. 스페인 정부와 유엔이 공동개최하는 이 행사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등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한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USAID에 대한 예산 삭감을 추진해 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2월 USAID의 다년계약 6200건 중 5800건을, 국무부 지원금 9000건 중 4100건을 해지하게 했다. 이에 따라 1만개가 넘는 구호단체가 보조금 중단 통보를 받았다.
USAID 예산이 삭감되자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주요 기부국들도 외국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할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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