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꿈 하나 이뤘다”…김동연, ‘기후도민총회’로 시민의회 확산 의지

대한민국 기후민주주의 첫 사례…‘경기도 기후도민총회’ 출범
“여러분들이 조용한 영웅”…기후악당국가에서 기후선도국가로

“정치하면서 가졌던 꿈 중 하나가 이뤄졌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기후대응을 넘어 보다 많은 곳으로 퍼졌으면 좋겠다”며 풀뿌리민주주의의 산물인 ‘시민의회’ 확산의 꿈을 내비쳤다. 김 지사는 30일 오전 시흥에코센터에서 열린 ‘경기도 기후도민총회’ 출범식에서 도민 120명을 회원으로 위촉하며 이같이 밝혔다.

30일 오전 시흥 에코센터에서 열린 경기도 기후도민총회 출범식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운데)와 경기도 기후위기대응위원 등이 대화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그는 “시민의회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며 “이제 직접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우리 시민들의 정책 제안과 공론의 장, 숙의의 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너무 기쁘다. 앞으로 도는 여러분들이 내시는 정책에 귀를 많이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지사가 참여한 기후도민총회는 기후문제에 도민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기후정책을 숙의공론하는 국내 첫 기구로, 올해 1월 시행된 ‘경기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조례’를 토대로 구성됐다. 임시기구로 운영된 영국과 프랑스의 조직을 벤치마킹했다. 

행사에는 김 지사 외에 강금실 경기도 기후대사 등이 함께했다. 김 지사는 “기후대응에 있어 가장 선도적으로 중앙정부를 돕고 견인하면서 대한민국이 기후악당 국가에서 기후 선도국가로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강 대사도 “도지사님 말씀처럼 이런 시민모임이 가장 중요한 모임”이라며 “경기도의 도민총회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 모범적 기후정책을 해나가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의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 대사는 이어 “지난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기후대응이 굉장히 퇴행했다. 그래서 우리 김 지사께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사하다. 지난해 4월부터 RE100을 선언하고, 선도적으로 버텨오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기후정부’라고 부를 만한 새로운 정부(이재명 정부)가 들어왔으니, 도지사님이 그동안 해 오신 정책들이 날개를 달 것 같다”고 기대했다.

30일 오전 시흥 에코센터에서 열린 경기도 기후도민총회 출범식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위촉장 수여 직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날 출범식에선 영국 기후시민의회에 참여했던 로레인 위트마쉬 바스대 교수와 레베카 윌리스 랭커스터대 교수도 영상으로 축사를 전했다. 앞서 도는 지난해 말 기구 설치와 운영에 관한 사항을 조례에 명시한 바 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했던 기후도민회의는 지난해 5월 활동을 종료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시흥에코센터는 태양광, 지열, 그린커튼 등 다양한 탄소중립 시설을 갖춘 공간이다. 행사에 사용된 위촉장과 현수막도 생분해 소재의 ‘업사이클링’ 성분을 활용했다.

위촉된 회원들은 12월15일까지 워킹그룹 활동을 벌이며 도민 체감형 기후정책을 발굴해 도에 권고하게 된다. 워킹그룹은 에너지전환, 기후격차, 소비와 자원순환, 기후경제, 도시생태계, 미래세대 의 6개로 나뉘었다. 도는 기후행동 기회소득 앱을 통해 신청한 12세 이상 도민 4159명 가운데 연령·성·학력·직업·지역 등을 고려해 회원을 선정했다. 

이번 총회에 앞서 도는 도민 8577명을 대상으로 ‘새 정부에 바라는 경기도 10대 기후아젠다’(의제)를 선정하기도 했다. △정부 조직개편 △재생에너지 확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순환경제 활성화 △탄소중립 신산업 발굴·육성 등이다.

김 지사는 “기후위기 대응을 실천하는 분들이 ‘조용한 영웅’”이라며 “기후정책을 포함해 경기도는 새 정부의 제1 국정파트너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