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에 분산된 개인정보 한 곳에
‘어카운트인포’ 서비스 민간에 개방돼
금융권·핀테크 업체 새 서비스 선보여
디지털 취약층 대면 이용 미지원 한계
제2금융권 미확대·과금 문제도 아쉬움
“AI 융합으로 새 금융 인프라 만들어야”
개인 금융데이터 개방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출범시킨 마이데이터가 정식 시행 3년 반 만에 ‘버전 2.0’으로 고도화됐다. 연결 가능한 데이터가 다양해지고 가입 과정 간소화 등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것이 핵심이다. 핀테크·은행권에서는 이에 발맞춰 휴면 자산관리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한편으로는 향후 마이데이터를 미래 먹거리로 키울 방안을 고심 중이다.

◆마이데이터 2.0 무엇이 달라지나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사업자 27곳이 마이데이터 2.0 서비스를 개시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의 동의하에 여러 금융회사에 분산된 개인정보를 한 곳에 모아주고, 이를 맞춤형 정보와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지난달 말 기준 마이데이터 누적 가입자는 1억6531만명(중복 포함)으로 14세 이상 국민 한 명당 평균 3.5개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 중인 셈이다.

이번 마이데이터 2.0 개편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인포(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가 민간으로 개방됐다는 점이다. 휴면계좌·휴면보험금 등 정보가 제공돼 이용자의 휴면자산을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게 됐고, 100만원 이하의 1년 이상 사용되지 않는 소액 비활동성 계좌의 경우 마이데이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직접 이체·해지가 가능하다. 휴면계좌를 해지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가 민간에도 제공돼 금결원 앱·웹과 마이데이터 앱을 통해서도 어카운트 인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마이데이터 가입 과정도 간소화됐다. 기존에는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계좌 등 금융상품 목록을 먼저 불러온 뒤 선택한 금융상품의 상세거래 내역을 불러오는 중복적인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이제는 한 번의 과정으로 통합됐다. 최대 50개 금융기관까지 선택할 수 있었던 부분도 2.0부터는 모든 금융기관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
정보 보호 조치도 더했다. 6개월 이상 미접속자는 정기적 정보전송을 중단하며, 1년 이상 로그인하지 않은 이용자 정보는 자동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핀테크업권 2.0 서비스 경쟁
마이데이터 2.0 시행에 발맞춰 금융권과 핀테크 업권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마이데이터 대표 기업인 뱅크샐러드는 마이데이터 2.0이 적용된 ‘2025 숨은 내 돈 찾기’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는 △휴면 예금 △1년 이상 미사용 계좌 △소액 계좌 △미청구보험금 △해지환급금 등 개인이 일일이 찾기 어려웠던 휴면자산을 앱·웹을 통해 한 번에 조회하고 돌려받는 서비스다. 뱅크샐러드에서 찾은 숨은 보험금은 ‘보험 진단’ 서비스와 연결해 가입된 보험내역을 기반으로 보험금을 돌려받거나 가장 큰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 맞춤 상담을 지원한다.
KB캐피탈에서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를 통해 제공되는 마이데이터 ‘차테크’ 기능을 강화한다. 고객의 보유 차량 정보와 금융자산 현황을 바탕으로 자동차 구매와 판매 계획, 대출 한도조회 등 차량 관련 금융 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KB증권도 마이데이터 2.0 도입에 발맞춰 ‘KB M-able(마블)’ 앱에서 전 금융기관의 자산 정보를 통합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본격 시행한다.
신한은행에서는 이용자 확보를 위해 7월31일까지 ‘신한 SOL뱅크’ 앱에서 마이데이터 2.0 서비스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을 제공한다.
◆데이터 확대·과금 여전히 숙제
여러 개선점이 돋보이지만 마이데이터 2.0 도입의 한계도 뚜렷했다. 지난해 4월 금융위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마이데이터 대면 이용을 지원한다고 했는데, 업권 간 논의 문제로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 아울러 결제내역을 이용자가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사업자명 및 구입 물품내역 정보 제공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했지만 해당 내용은 이번 2.0 가이드에 반영되지 않았다.
제2금융권의 마이데이터 정보제공 항목이 확대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앞서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시행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같은 해 10월에 사업자들의 수요가 높았던 퇴직연금(DB·DC형), 계피상이(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보험) 정보 등을 추가했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3년이 지났는데 대출 중도상환, 카드 혜택 정보 등 주요 정보는 추가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중으로 남은 개선 과제들을 개발한다는 입장이다.
과금 문제도 여전히 골칫거리다. 지난해 1월부터 정보제공 기관에게 보상 차원으로 사업자가 일부 금액을 부담하는 과금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자 부담이 커진 사업자들은 자체적으로 라이센스를 반납했고 NHN페이코, KB핀테크, LG유플러스까지도 사업을 철수했다. 시중은행 중에선 신한·국민은행 정도가 마이데이터 활용에 의지를 보이고 있고, 핀테크 기업 중에서는 뱅크샐러드, 토스 정도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중·소형 핀테크의 경우 직전 3개년 매출액이 80억원 이하이거나, 서비스 시행 1년 이내인 사업자는 50%의 감면혜택을 받는 조치를 뒀지만 그 기준이 높아 신생 사업자가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AI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 확대”
마이데이터가 2.0 시행에서 나아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마이데이터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새로운 금융 AI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데이터와 API가 연결된 마이데이터망을 적극 활용해야 AI를 활용해 특정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고도화된 분석 및 의사결정 수행이 가능한 금융형 AI 에이전트가 도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법무법인 세종에서 개최한 마이데이터·AI 포럼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김영진 변호사는 “새로운 마이데이터 시행을 계기 삼아 앞으로는 마이데이터와 AI의 융합을 더욱 촉진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특히 마이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AI 에이전트가 상용화되는 제도적 환경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남주하 한국민간금융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정례회의에서 “마이데이터와 AI의 결합을 활용한 금융 AI 에이전트 도입이 시급한 상황에서 샌드박스에 의존한 망분리 개선보다 더 속도감 있는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AI 에이전트에 마이데이터가 결합된다면 금융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금융 소비자 필요에 따른 기능을 개별적으로 기획하고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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