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첫 상장된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의 공동창업자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는 “양자컴퓨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라며 “인공지능(AI)이 수십 년 간의 침체기를 딛고 챗GPT라는 ‘킬러 앱’으로 전환점을 맞은 것처럼 양자 역시 어느 날 갑자기 대중에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7일 최종현학술원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공동 기획한 전문가 대담 ‘프로페썰설(說)’ 녹화 현장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미 미국 국방부, 공군연구소와 유럽의 양자연구 기관 등은 아이온큐의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전자계산기가 컴퓨터를 대중화시켰듯, 양자컴퓨터 역시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작지만 강한’ 애플리케이션이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대다봤다. 현재 양자컴퓨터는 개인이 소유하기에는 거대한 규모라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용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 또한 1960년대 메인프레임 시대와 다르지 않다”며 “지금은 가내수공업 수준의 양자컴퓨터가 향후 대량생산 체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의 양자 기술은 반도체 산업 초창기의 ‘인텔 전자계산기’와 같은 단계다. 김 교수는 “대중화의 전환점은 곧 새로운 기업의 기회”라며 “양자컴퓨팅의 ‘애플’과 ‘엔비디아’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픽 처리장치(GPU) 시장의 90%를 장악한 엔비디아의 힘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툴과 라이브러리를 통한 유저 친화적 생태계에서 비롯됐다”며 “양자도 사용자가 코드를 몰라도 기능을 끌어다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진법 기반의 기존 컴퓨터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양자의 특성을 계산에 활용함으로써 동시에 여러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양자기술은 아직 절대 다수가 도전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며 한국도 전략적으로 선택하면 충분히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며 “누구보다도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응용해내는 한국 청년들의 가능성을 믿는다”고 응원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벨 연구소 연구원, 듀크대 교수로 일했으며, 동료였던 크리스토퍼 먼로 교수와 함께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아이온큐를 설립했다. 아이온큐는 2021년 세계 최초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한 양자컴퓨터 기업이다. 김 교수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결국 중요한 건 어떤 기회를 만나느냐보다 그 기회를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돌아봤다.

그는 2015년부터 10년간 몸 담은 아이온큐를 떠나 최근 대학으로 돌아왔다. 이 선택에 대해 “이제는 내가 진짜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써야겠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며 “창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생태계를 새롭게 설계하고 싶다”고 밝혔다.
듀크대 수석 과학기술 전략 고문인 그는 “지금처럼 빠르게 기술이 바뀌는 시대에는 대학에서 가르친 지식이 학생이 졸업할 즈음엔 이미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전통적인 문제풀이 교육은 AI가 대체하고 있다. 인간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 대학은 본질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하버드, 스탠퍼드 등 세계 유수 대학이 이미 교육의 방향을 지식전달에서 가치 판단, 리스크 관리,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AI 시대에는 전문 지식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방식, 판단력, 책임감이 더 중요하다”며 “기업에서는 이런 ‘비인지적 스킬’이 진짜 경쟁력이 되며 그런 훈련을 대학이 책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기술은 결국 사람의 선택에서 시작된다”며 “진짜 혁신은 기술 하나가 아니라 기술이 만드는 생태계를 읽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과 사회를 향한 이해 없이는 미래를 설계할수 없다. 그래서 과학자에게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김 교수가 출연한 ‘프로페썰說’ 회차는 내달 중 유튜브 채널에 공개될 예정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