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7일 이른바 ‘정치검찰 조작 기소 진상 규명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단장에 친명(친이재명)계 한준호 의원을 임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정치검찰이 있지도 않은 죄를 조작해 수년간 이재명 대통령을 괴롭혔다”며 “국민을 기만하고 사법 정의를 농락한 정치검찰의 대북송금 의혹 조작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주범으로 꼽힌 인물의 유죄 판결이 이미 확정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것인데, 법치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2019∼2020년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등 명목으로 쌍방울 회삿돈 800만달러를 북한에 보내도록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성태 쌍방울 회장에게 불법 송금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는 대선 직후인 지난 5일 대법원에서 징역 7년 8개월이 확정됐다. 검찰은 경기지사가 직접 연루된 단서도 잡았다며 지난해 6월 민주당 대표이던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다만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취지로 규정한 헌법 84조에 따라 대선 후 수원지법의 1심 재판은 중단된 상태다.
민주당은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증언을 TF 발족의 근거로 들었다. 대북송금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배 회장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2022년 6월 해외로 출국해 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진 인물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북한에 돈을 준 것은 맞지만, 이 대통령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배 회장이 이제껏 조용히 있다가 이재명정부 출범 후 갑자기 말문을 연 배경도 수상하지만, 조폭 출신 사업가로 알려진 그의 발언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배 회장의 실체부터 먼저 파헤쳐야 하는 것 아닌가.
앞서 1·2심 재판부 모두 이 전 부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했고 이를 대법원이 확정함으로써 대북송금 사건의 불법성은 명백히 드러났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선 ‘조작된 사건’ 운운하며 “이 전 부지사를 신속히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더니 이제는 아예 전면 재수사하자고 하니 기가 찬다. 대법원 재판을 최종심으로 삼은 대한민국 사법 체계를 심각하게 모욕하는 처사다. 집권여당이 기어이 법치주의를 부정할 작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전 부지사 측과 협의해 지금 당장 법원에 무죄 선고를 호소하는 재심을 청구하면 그만일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