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 시설 타격 전에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고농축 우라늄을 다른 곳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 당국자들도 고농축 우라늄이 여러 장소에 분산 배치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유럽에서도 이란의 농축 우라늄이 미군의 폭격 뒤 ‘대체로 온전한(largely intact)’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는 초기 정보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유럽 당국자들은 유럽연합(EU) 각국 정부에 제공된 예비 정보 평가를 보면 미국의 포르도 핵시설 공격 이후에도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이 대체로 그대로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은 이란의 준무기급 농축 우라늄 408㎏이 미국에 공격받을 당시 포르도 핵시설에 집중돼 있지 않고 다른 여러 장소에 분산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이란의 주장과 유사한 내용이다. 포르도에서 발생한 폭격 피해 정도에 대한 최종적인 정보 보고서는 나오지 않았으나 한 초기 평가는 광범위한 손상에도 완전한 구조적 파괴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유럽의 이같은 초기 평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한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미국 언론에서도 미국 정보당국의 초기 평가를 인용해 이와 비슷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이날 프랑스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엄청난 손상을 겪었다”면서도 “완전히 파괴됐다는 주장은 한참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의 핵시설이 완전히 제거돼 핵프로그램이 수십년 퇴보했다”면서 이런 보도가 가짜 뉴스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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