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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황금 실크, 한국 바다에서 되살렸다

입력 : 2025-06-26 21:05:51 수정 : 2025-06-26 21: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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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연구팀, 버려지던 키조개로 시실크 재현… 친환경·지속가능 섬유로 주목

로마시대 등 고대 황제들만 누렸던 최고급 섬유가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로 되살아났다. 

시실크.

포스텍(포항공대)은 환경공학부·시스템생명공학과정·융합대학원 황동수 교수, 화학공학과 이기라  교수, 환경연구소 최지민 교수 연구팀이 우리나라 연안에서 키조개를 활용해 2000년 전 황금빛 '시실크(바다비단)'를 재현했다고 26일 밝혔다.

 

바다의 황금 섬유로 불리는 시실크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황제나 교황 같은 소수 권력자만 사용할 수 있었던 최고급 섬유다.

 

이 비단은 지중해에 사는 거대 조개인 '피나 노빌리스'가 바위에 몸을 고정하려고 내뿜는 실인 '족사'를 이용해 만든다.

 

시간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 않고 무게가 가벼우며 내구성이 뛰어나 귀하고 특별한 소재였다.

 

하지만 최근 바다 오염 등으로 피나 노빌리스가 멸종 위기에 처해 유럽연합은 현재 채취를 금지한 상태다.

포스텍(포항공대) 환경공학부·시스템생명공학과정·융합대학원 황동수 교수(왼쪽부터), 환경연구소 최지민 교수, 화학공학과 이기라  교수.

이에 따라 시실크는 박물관 속 유물로 남게 됐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식용으로 기르는 키조개에 주목했다.

 

키조개는 피나 노빌리스와 마찬가지로 족사를 이용해 몸을 고정한다.

 

연구팀은 두 조개의 족사가 물리적·화학적으로 매우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전통 시실크처럼 가공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모양만 비슷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이 섬유가 왜 황금빛을 띠고 수천 년 동안 색이 바래지 않는지 그 비밀까지 과학적으로 풀어냈다.

 

시실크의 황금색은 염료를 써서 만든 것이 아니라 '포토닌'이란 단백질이 여러 겹 쌓이면서 빛을 반사해 생기는 구조색 현상 때문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조색은 비눗방울이나 나비 날개처럼 물질 구조 자체가 색을 만들어 내는 현상으로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키조개 폐기물. 포스텍 제공

연구팀은 단백질 배열이 정돈될수록 구조색이 더 선명해져 수천 년이 지나도 색이 거의 바래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동안 버려지던 키조개 족사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섬유로 바꿨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황동수 교수는 "구조색 기반 섬유는 변색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친환경 패션 산업과 첨단 소재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재료분야 구제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에 실렸다.


포항=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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