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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충돌·정치적 논란 차단… “헌재 신뢰 회복 위한 첫걸음”

입력 : 2025-06-26 18:30:00 수정 : 2025-06-26 21: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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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소장·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퇴임 문형배·이미선 전 재판관 후임
당초 ‘李 변호사’ 이승엽 후보로 유력
대통령실 “본인이 고사”… 지명 무산

김상환, 대법관·법원행정처장 역임
오영준, 장기간 재판연구관 등 거쳐
임명 땐 헌재 ‘진보 우위’ 구도 재편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김상환(59·사법연수원 20기) 전 대법관을, 재판관 후보자로 자신의 사건을 변호했던 이승엽 변호사 대신 오영준(56·23기·사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한 것은 임기 초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당초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 변호사가 재판관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이해충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상환 전 대법관. 연합뉴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변호사와 관련해 “훌륭한 분입니다만, 본인이 고사했다”고 했다. 이 변호사 발탁을 검토한 것이 맞지만 본인이 고사해 지명은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그간 이 대통령의 ‘친형 강제입원’ 사건, 쌍방울 불법송금 사건, 위증교사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 4건의 재판에서 변호를 맡았다. 이 대통령이 이 변호사를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할 경우 ‘자신을 변호한 사람을 심판의 자리에 앉히는’ 모양새가 된다. 집권 초 연착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인사로 자칫 야당은 물론 여론이 악화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고민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지명은 올해 4월 퇴임한 문형배·이미선 전 재판관의 후임 인사다. 앞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들의 퇴임에 앞서 이완규·함상훈 후보자를 후임으로 지명했지만, 이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이튿날인 5일 두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헌법재판관 및 국세청장 등 차관급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인선에 대해 대체적으로 무난한 선택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상환 헌재소장 후보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인 2018년 12월 대법관으로 발탁돼 2021년 5월부터 2024년 1월까지 3년가량 사법행정을 이끄는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임했다. 대법관 임기 6년 중 절반 가까운 기간을 재판 대신 사법행정 업무를 했다. 현재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김형두 재판관은 당시 행정처 차장으로 일하며 김 후보자와 2년간 처·차장으로서 호흡을 맞췄다. 김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 임명되면 이강국 전 헌재소장에 이어 역대 네 번째 대법관 출신 헌재소장이 된다.

 

김 후보자는 판사 시절 두 차례 4년간 헌법재판소 파견 근무를 한 경험이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 등을 역임했고, 대법관 퇴임 이후에는 올해 3월부터 제주대 석좌교수로 근무해왔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오영준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 후보자는 지명 발표 이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적 가치를 지켜온 헌법재판소의 길에 동참할 기회가 주어져 부족한 저에겐 큰 영예”라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청문 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후보자는 대법관들의 대법원 판결을 보조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선임재판연구관을 거쳐 수석재판연구관까지 모두 지낸 대표적 실력파 법관으로 평가받는다. 부인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민기 수원고법 판사다.

 

9인 체제 완성을 앞둔 헌재 구성은 ‘진보 우위’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진보 성향, 오 후보자는 중도·진보 성향으로 각각 분류된다. 현재 재판관 7명 중 정계선·마은혁 재판관은 진보,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보수 성향, 정정미·김형두·김복형 재판관은 중도로 평가된다.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재는 진보 3, 중도 4, 보수 2 구도가 된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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