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일 오전 9시까지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춰줄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취재진을 피해 특검팀 사무실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는 비공개 소환 보장도 요구했다. 이에 특검팀이 “사실상의 출석 거부”라고 질타하며 양측의 갈등이 증폭하는 모양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피의자의 사생활과 명예 보호”를 이유로 들었으나 과도한 특권 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구속된 윤 전 대통령은 법원의 이례적인 구속 취소 결정으로 47일 만에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개시된 뒤로는 한동안 지하 주차장을 통해 비공개로 법정에 들어갔다. 이쯤 되면 범죄 혐의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는 일반 국민은 상상조차 힘든 특혜라고 하겠다. 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 임무에 종사한 혐의로 구속된 다른 피고인들과 비교해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 혹시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직에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특검팀은 어제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노무현 전 대통령 어느 누구도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온 적이 없다”며 “출입 방식 변경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법치 위에 군림할 수 없는 만큼 당연한 처사라고 하겠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 측은 “출석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그간 헌재와 법원에서 계엄 사태에 관한 입장을 밝혔으나, 공수처를 비롯한 수사기관의 조사에는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 결국 특검의 소환 조사 요구에도 불응할 뜻을 밝힌 셈이다.
윤 전 대통령은 과거 검찰에서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랬던 그가 검사로서 수십년간 쌓은 지식과 경험을 오직 자신의 방어에만 활용하는 ‘법꾸라지’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다운 태도일 것이다. 조 특검도 새겨야 할 점이 있다. 그는 검사 시절은 물론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일하는 동안에도 윤 전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였다고 한다. 사적 감정 때문에 이른바 ‘망신 주기’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구설에 오르지 않게끔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 지휘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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