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00에 매매됐는데, 이틀 전 전세가가 8000이에요. 사실상 갭이 없는 셈이죠”
2021년 전국적인 부동산 불장 속에서 ‘갭투자 성지’로 불리며 투자자들이 몰렸던 경기도 안성의 한 아파트가, 이제는 전세와 매매가격 차이가 200만 원에 불과한 동네가 됐다. 당시 1000만원대 적은 돈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매입했던 투자자들은, 지금도 빠져나가지 못한 채 세입자 계약 갱신만 반복하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진사리에 위치한 주은청설 아파트(2000년 준공·2295세대) 전용면적 39㎡는 지난 19일 8200만 원에 매매됐다. 단 이틀 뒤인 21일, 동일 면적 전세 계약이 8000만 원에 체결됐다. 갭은 200만 원, 사실상 전세가 매매가를 추월할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 인근 주은풍림 아파트(2002년 준공·2615세대) 역시 39㎡형이 18일 매매 9700만 원, 20일 전세 88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지역의 대표적 소형 아파트 두 곳에서 모두 ‘전세=매매’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3년 전 이곳은 전국의 갭투자자들이 몰려들던 곳이었다.
주은청설 아파트 39㎡는 2021년 1억7500만 원까지 치솟았고, 당시 전세가가 1억3000만 원 선이어서 갭은 4000만 원으로 실투자금 1000만원~2000만원으로 고수익을 낼 수있는 동네로 평가받았다.
게다가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전용면적 40㎡ 미만 아파트는 취득세가 면제되면서 세 부담도 거의 없었다.
이른바 “현금 1000만원~2000만원으로 전세 끼고 투자하는” 공식이 완성됐고, 2020년 부터 현재까지 주은풍림과 주은청설은 안성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 1·2위를 기록했다. 주은풍림아파트는 2020년 이후 거래 1517건, 주은청설는 2020년 이후 거래 1340건이 거래됐다.
하지만 전국적인 부동산 불장은 지나갔고 지방 부동산 침체가 겹치며 상황은 반전됐다.
전세가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매매가만 급락했고, 이제는 갭이 사실상 없거나 되레 전세가가 더 높아지는 ‘역전세’ 우려까지 나온다.
한 공도읍 공인중개사는 “2021~2022년에 투자한 분들 중 상당수가 지금도 손해를 감수하고 매도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세가가 붙어 있으니 어찌어찌 보유는 하지만, 실질 수익은커녕 관리 부담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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