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엔 마트 가면 5만 원이면 장 봤는데, 요즘은 7만 원 넘기기 일쑤예요”
서울 관악구에 사는 40대 주부 김모 씨는 요즘 장보기가 겁난다. 장바구니에 담은 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계산대에서 찍히는 금액은 예년보다 늘었다. 김씨는 “식비가 확 늘었는데, 막상 먹는 건 줄어든 기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가구의 식품비 지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물가가 워낙 많이 올라 실제 체감 지출은 되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2025년 1분기 가구의 가공식품 지출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식품비 지출액은 87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2.4% 증가하며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27.7%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식품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식품비(물가 반영)는 70만8천 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0.1% 감소했다. KREI는 “식품비 자체는 늘었지만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실질 구매력은 정체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식품비 지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23년 1분기에는 증가율이 7.5%로 가장 컸고, 특히 올해는 외식비와 가공식품 지출이 함께 늘었다.
항목별로 보면, 신선식품 지출은 19만8000원, 가공식품은 26만3000원, 외식비는 41만7000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3~2.5% 늘었다.
지출 비중은 외식 47.5%, 가공식품 30%, 신선식품 22.5% 순으로, 1년 전과 동일한 비율을 보였지만 코로나19 이전보다 외식과 가공식품 비중은 늘고, 신선식품 비중은 줄었다.
가공식품 가운데는 빵·떡류(31만7000 원)가 가장 많이 지출됐고, 건강보조식품(29만5000 원), 당류·과자류(28만8000 원) 순이었다.
소득 격차에 따른 식품비 차이도 컸다. 소득 하위 20%(1분위)는 한 달 평균 45만 원을 식품비로 썼고, 상위 20%(5분위)는 약 137만3000 원을 지출해 세 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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