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선 여전히 ‘괴멸’ 주장
트럼프 “재건 시도 땐 공격 감행”
미국 국방부 정보당국이 초기 평가에서 미군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 3곳의 타격을 통해 농축우라늄 등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란 핵개발을 수개월 퇴보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핵시설이 완전 파괴됐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이란이 우라늄 농축시설 재건을 시도할 경우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은 24일 미군 중부사령부의 이란 측 전투 피해 평가를 근거로 작성한 국방부 정보 담당 조직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평가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DIA는 미군의 공격과 그 전후 이뤄진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수개월 퇴보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공격 이전 미국 정보 조직들은 이란이 서두를 경우 핵무기 보유까지 지금으로부터 약 3개월이 걸릴 것으로 평가했지만, DIA 보고서는 핵개발이 지연되긴 했어도 기간은 6개월 미만인 것으로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핵시설 완전 파괴에 성공하지 못했고, 지연효과도 미미했다는 것이다.

◆“원심분리기 등 핵전력 대체로 보존”… 美 정보당국, 이란 타격 초기 보고
두 명의 소식통은 이란이 핵무기 원료로 생산해 보유하고 있던 농축우라늄이 파괴되지 않았다고 CNN에 말했다. 한 소식통은 우라늄을 농축하는 핵심 설비인 원심분리기 역시 대체로 보존됐다고 지적했다. 미군 공습의 타깃이 된 이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3개 핵시설의 피해는 전력 인프라, 우라늄을 폭탄 제조에 쓰이는 금속 형태 물질로 변환하는 시설 등 대체로 지상 구조물에 국한됐다.
CNN은 현재 평가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이 같은 초기 평가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지만, 일단 미군의 공격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전면 파괴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DIA의 1차 평가는 국제원자력개발기구(IAEA) 등 전문가 그룹이 공습 이후 보인 신중론과 같은 맥락이다. NYT에 따르면 전현직 미군 관계자들은 특히 포르도 핵시설은 산 밑 지하 250피트(약 76m, 건물 높이로 대략 25층)에 위치하기 때문에 파괴하려면 수일 또는 수주의 반복 공습이 필요할 것으로 사전에 경고했다.
위성사진을 통해 포르도 핵시설 지상 진입구에 크레이터(폭발로 생긴 구덩이)가 6개 생겨 공습에 사용된 GBU-57 벙커버스터 폭탄 12발이 최소 두 번 동일 지점을 타격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정도의 공격으로 포르도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이후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의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한 것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 핵시설이 “완전히 제거됐다”며 핵프로그램 개발 능력을 수십년 후퇴시켰다고 강조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평가보고서 유출이 정치적 의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명백한 허위”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이날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으면서 “미군 B-2 폭격기들의 공격이 상당한 규모였다. 우리의 핵 시설이 심각하게 손상됐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밝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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