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폐질환 시달리는 유골함 이관 호국원 단원 [6·25전쟁 75주년]

입력 : 2025-06-25 18:56:41 수정 : 2025-06-25 22:01:25

인쇄 메일 url 공유 - +

뼛가루 날려 폐질환 치료 응답 97%
병 원인 불명확… 산재인정 바늘구멍
제대로 된 방진 마스크 착용도 힘들어

국립임실호국원에서 3년차 의전단으로 근무한 A(31)씨는 2020년 9월 피를 토했다. 의전단은 호국원 참배행사 등 의전을 맡는데 유골함을 옮기는 과정에서 뼛가루에 노출된다. 병원을 찾아간 A씨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폐결핵 검사 등을 진행했지만 병의 원인이 명확히 가려지지 않았다. 병원은 ‘원인 미상의 기관지 혈관 파열’이라고만 진단했다.

 

A씨는 의전단 내에서 폐질환을 토로하는 동료가 많지만 이를 산재로 인정받기는 힘들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차라리 폐결핵이라고 진단을 내려주면 병가라도 인정됐을 것”이라며 “산업재해가 의심되지만 산재는커녕 월급만 깎였다”고 했다. 국가 유공자였던 할아버지 두 분을 모두 호국원에 모신 인연으로 의전단원에 지원했다는 그는 폐질환으로 잦은 휴가를 써야 했고 결국 퇴사했다.

호국원 관계자가 유골함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국가보훈부 노동조합에 따르면 전국 호국원에 근무하는 의전단은 이관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산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유골을 국가 규격에 맞는 함으로 옮길 때 뼛가루가 날리는데, 전 과정이 예식이라서 제대로 된 방진 마스크조차 착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A씨는 “유골함을 옮길 때 숨이 막힐 정도로 가루가 많이 날린다”며 “당시 방진 마스크나 방진복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의전단이 마스크를 사비로 구비해야 했다. A씨는 “위에서 먼저 지급하는 마스크는 없었고 단원들이 착용한 마스크 색을 통일하라는 지시만 내려왔다”며 “(방진 관련) 매뉴얼이 없고 유족이 보는 앞에서 일련의 예식 작업으로 이관 작업이 이뤄진다”고 했다. 한진미 국가보훈부 노조위원장은 “사용자 의무 조치가 필요한 이유”라며 “예우를 이유로 마스크 없이 작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12일부터 이틀간 전국 의전단 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입사 후 폐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응답이 96.7%에 달했다.

 

기관지 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응답은 86.9% 수준이었고, 이관 작업 시 날리는 분진 등으로 인해 건강상 문제를 염려한다는 응답도 85.2%로 많았다.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혈관 파열이 일어난 이유는 알 수 없다”면서도 “분진 등 기관지 자극이 분명한 상황에서 일반적인 수준의 보호조차 되지 않는 것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정부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철저히 하겠다며 이전에는 현충원에서만 실시했던 의례를 호국원에서도 진행하도록 했다. 의전단은 참배행사와 안장 의식 등 의전 업무와 함께 유골함 이관 작업까지 맡고 있다. 2018년 1월 신설된 의전단은 대전현충원(35명)과 영천·임실·괴산·산청·제주호국원(각 17명)에서만 연평균 2만건에 달하는 안장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인력 부족과 업무 분담 시스템의 부재로 의전단은 하루 평균 10건, 많게는 60∼70건씩 유골 이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나나 '매력적인 눈빛'
  • 나나 '매력적인 눈빛'
  • 박보영 '상큼 발랄'
  • 고윤정 '매력적인 미모'
  • 베이비돈크라이 이현 '인형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