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93세 거동 불편 참여 못해
유공자 관련 법안 조속통과 촉구
“일동 차렷! 경례!”
애국가가 울리자 일어서지 못한 노병들도 손동작만큼은 굳건한 경례 자세를 취했다. 25일 오전 경북 칠곡군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6·25전쟁 제75주년 참전유공자 위안 행사에 참석한 참전용사들은 국기가 입장할 때 힘껏 손뼉을 쳤고 떠나간 전우들을 기릴 때는 눈시울을 붉혔다.

칠곡군은 6·25전쟁 참전유공자를 위한 행사를 2000년 시작했다. 첫 행사를 개최할 당시 찾은 참전용사들은 800명이었다. 그러나 사반세기가 흐른 올해는 참전용사 수가 많이 줄었다. 칠곡참전유공자회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참전용사는 70여명에 평균 나이는 93세다. 대부분 와병과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해 이날 행사에는 20명만 참석했다. 참석자들도 대부분 몸이 불편해 자리에 앉아 행사를 지켜봤다.
박덕용(92) 6·25참전유공자회 칠곡군지회장은 전쟁의 가장 참혹했던 순간을 돌아보며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을 전투 중 곁에서 지켜봤다. 그 순간만큼은 아직도 또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슬픔이 너무 커서 며칠을 밥을 먹지 못했다”며 “음식이 도저히 넘어가지 않더라”라고 울먹였다.
박 지회장은 “지금 내가 칠곡 유공자 중 막내다. 우리 노병들이 몇 년 뒤면 다들 생을 마감한다.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참전용사들을 잘 보살펴 주셨다. 감사하다”며 “다만 아직 국회 계류 중인 6·25 유공자 관련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되길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다”고 마지막 바람을 전했다.

이날 행사는 유치원생과 실내 앙상블의 공연 등에 이어 참전용사에게 삼계탕을 대접하며 끝을 맺었다. 행사에서 참전용사들에게 큰절을 올린 김재욱 칠곡군수는 “참전용사들의 나이가 대부분 구순을 넘겨 몇 해 전부터는 이런 행사가 아닌 군청 직원들이 직접 용사들을 찾아뵙는 방식으로 위안 행사를 해왔다”고 소개한 뒤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기가 이제 마지막일 수 있어 올해는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김 군수는 “저희 아버님도 참전용사였다. 참전용사가 없었으면 지금의 발전된 대한민국은 없었다”며 “이런 사실을 대대로 잊지 않고 후세가 교훈으로 삼도록 앞으로 여러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칠곡군은 이달 6·25 참전유공자 서한열(94) 등 8가구의 자택을 직접 찾아 국가의 수호와 민족을 위한 헌신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군은 2021년부터 참전유공자가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점을 고려해 군수 이하 간부 공무원이 집을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는 70여명의 참전유공자에게 직접 위문품을 전달했다.
여기에 참전유공자에 대한 수당을 경북 도내 최고 수준으로 지원하고 있다. 칠곡군은 ‘참전유공자 지원 조례’와 ‘국가보훈대상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참전유공자에게 지급되는 명예수당을 25만원으로 인상해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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