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실제로는 대부분 벌금형·집행유예 처벌에 그쳐
전문가 “처벌 약할거란 사회적 인식 개선해야”

둔기로 머리를 맞아 피투성이가 된 진돗개, 현직 군인 등이 쏜 비비탄 총에 맞아 숨진 반려견, 네 발이 잘린 채 발견된 백설이.
최근 심각한 동물학대 의심 사례가 잇달아 전해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 같은 범죄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현행 동물복지법에 따르면 ‘동물학대’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말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는 2021년 1074건, 2022년 1181건, 2023년 1146건, 2024년 1293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실제로 최근 언론을 통해 믿기 어려운 동물학대 의심 사례가 잇따라 전해졌다.

경기 여주시의 한 전원주택 단지에서 2살 된 진돗개 한 마리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견주 A씨가 발견했다. 피해견의 상태를 본 수의사는 “삽 같은 도구에 맞은 상처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피해견은 안와골절 진단을 받았다. 심지어 피해견은 새끼 4마리를 낳은 지 2주밖에 안 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남 거제시에선 현역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1명이 한 식당 마당에 있던 개 4마리를 향해 비비탄 총을 난사하는 일도 있었다. 피해견 한 마리가 사건 당일 병원에 응급이송됐으나 숨졌고, 나머지 개들도 이가 부러지거나 안구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동물권 단체 케어는 최근 네 발목이 모두 절단된 채 구조된 진돗개 ‘백설이’ 소식을 전했다. 케어는 절단 부위가 동일한 위치라는 점에서 고의적 학대 정황이 짙다며 견주를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우리나라 동물학대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동물의 몸에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했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우리나라의 처벌 수위가 동물복지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다소 낮은 편인 것은 맞다. 미국은 동물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일부 주에선 10년까지도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으며 신상공개를 하는 주도 있다. 영국과 프랑스도 최대 5년 이하 징역을 규정하고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에선 실형 선고가 드물고,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쳐 실제 처벌 정도가 낮다는 점이다.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동물보호법 위반 1심 사건 112건 중 징역·금고·구류 등 자유형 선고는 10건에 불과했다. 반면 재산형(벌금·과료·몰수)이 6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자유형의 집행유예가 19건, 재산형의 집행유예도 7건 있었다.
이 같은 지적이 끊이지 않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3월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의 양형 기준을 신설했다. 동물을 죽이면 징역 4개월∼1년 또는 벌금 300만∼1200만원을 기본으로 권고한다.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다치게 하면 징역 2개월∼10개월 또는 벌금 100만∼1000만원을 기본으로 권고한다. 동물학대의 경우 가중요소가 많으면 법정 최고형인 징역 2년까지 가능하다. 이 기준은 다음 달 1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범죄에 적용된다. 다만 동물권 단체에선 실질적인 동물학대 감소 효과를 얻기 위해선 적극적인 실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전략사업국장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동물학대 처벌 수위가 많이 올라왔지만, 실제 형량은 이를 못 따라가고 있는 현실”이라며 “‘동물을 학대해도 잡히지 않겠지, 처벌을 세게 받지 않겠지’ 이런 인식이 사라져야 우리 사회에서 동물학대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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