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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무산된 ‘완주군민과의 대화’…김관영 전북도지사, 시군통합 반대 세력 거센 항의에 발길 돌려

입력 : 2025-06-25 14:45:06 수정 : 2025-06-25 14: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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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은 물러가라!”

 

25일 오전 전북 완주군청에서는 거센 고성이 난무한 채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완주·전주 통합 추진에 반대하는 완주 군민들이 군청을 찾은 김관영 전북도지사를 강하게 저지해 ‘군민과의 대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25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완주군민과의 대화가 또다시 무산된 데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전북도 제공

김 지사가 유희태 완주군수와 함께 군청 중회의실에서 비공개 업무보고를 마치고 나오자, 1층 복도를 가득 메운 군민 수십명이 일제히 앞을 가로막아 섰다.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나”, “통합은 재선 노림수 아니냐” 등 감정 섞인 고성과 야유가 쏟아졌다.

 

일부 시민들은 차량 앞에 드러눕고 도청 직원과 멱살을 잡거나 팔을 물며 실랑이를 벌이는 등 몸싸움도 불사했다. 누군가는 군중의 압력에 밀려 바닥으로 넘어졌고, 또 누군가는 이를 버텨내며 대치가 이어졌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꽹과리 소리에 현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김 지사는 직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청사 밖까지 빠져나오는 데 12분이 넘게 걸렸다.

 

도청 차량이 간신히 진입한 뒤에도 항의는 계속됐다. “차에서 끌어내!”, “어딜 빠져나가!” 격앙된 군민들이 차량을 에워싸고 앞을 가로막았고, 경찰력이 동원된 끝에 차량은 가까스로 청사를 빠져나갔다.

 

◆완주군민과의 대화, 세 번째 무산

 

애초 김 지사는 기자간담회 이후 군청 인근 문화예술회관에서 군민과 직접 소통할 계획이었지만, 격렬한 반대 여론에 밀려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 지사의 완주군민과의 대화가 무산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해 7월에는 전주·완주 통합 반대 입장을 견지한 군의원 등의 저지로 이뤄지지 못했고, 올해 2월부터는 민선 8기 3년 차를 맞아 도내 13개 시군을 순회한 데 이어 3월 완주를 찾으려 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시기와 맞물린 데다 찬반 단체의 충돌 우려 등을 이유로 일정을 연기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군청 앞에서는 완주군의회와 이장 등 주민 300여명이 모인 ‘통합 반대’ 집회가 열렸다. “완주를 지켜내자”, “김관영은 물러가라”는 구호가 이어졌고, 완주군의원 11명 중 10명은 무대 위에서 삭발식을 거행하며 통합 반대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유의식 완주군의장은 “오늘 전쟁을 한번 치러봅시다”라며 현장 주민들을 선동했고, 의원들은 “통합이 안 되면 도지사와 전주시장은 사퇴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 군수는 김 지사에게 “통합을 반대하는 군민 목소리가 크다.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50% 미만이면 (통합 추진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군민이 통합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정치 논리보다 경제 논리를 바탕으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민 앞에서 설명하고 목소리를 듣길 고대했지만, 일부 통합반대단체와 군의회에서 조직적인 항의와 방해 등으로 군민과의 대화가 이뤄지지 못해 유감”이라며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군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자세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 키는 ‘주민투표’…8월말∼9월초 유력시

전북도는 전주·완주 통합 논의가 군민들의 건의로 시작된 만큼, 향후 찬반은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유 군수도 통합 찬반 여론조사를 해 과반이 반대하면 정부에 논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고, 유 군의장은 “군민 동의 없이 통합이 강행된다면, 완주군의회는 의원 전원 불출마라는 정치적 책임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에 관한 행정절차는 법률에 따라 향후 단계적으로 이행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통합을 둘러싼 절차는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른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통합 논의의 출발점은 지난해 6월 완주 군민 6152명의 서명이 담긴 통합 건의서 제출이다. 이후 통합 반대 측이 3만2785명의 반대 서명을 제출하며 찬반 양측이 팽팽히 맞섰고, 이들 자료는 전북도를 거쳐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 제출됐다.

 

지방시대위는 지난 4월 “통합 시 75만 대도시 형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 효과가 있다”며 긍정적인 검토 결과를 내놨지만, 동시에 “주민 지지와 공감대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공은 현재 행정안전부로 넘어간 상태다.

 

행안부 장관은 지방의회 의결로 통합을 추진할지, 아니면 주민투표를 실시할지 결정한다. 전북도는 전주시는 시의회 의결로, 완주군은 주민투표로 방향이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새 정부의 행안부 장관이 아직 임명되지 않아 후속 절차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투표가 실시된다면 시기는 오는 8월 말에서 9월 초가 유력하다. 주민투표 가결 요건은 투표권자 4분의 1 이상 투표, 투표자의 과반 찬성이다. 현재 반대 목소리가 크지만, 실제 표심은 ‘찬성’으로 기울여 뒤집힐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민투표 가결 시엔 '통합자치단체 설치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이 뒤따른다. 10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법 제정이 추진되며, 이후에는 행정정보망 통합, 선거구 획정 등 실무 절차가 이어진다.

 

전북도는 통합이 확정될 때 정부에 1조원 규모의 통합 인센티브를 요구할 방침이다. 이는 과거 청주·청원 통합 당시 지원금(60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로, ‘지역소멸 대응 및 행정체계 개편'을 공약한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물려 있다.


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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