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테러에 준하는 살상행위”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60대 남성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은 25일 지난달 31일 발생한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 피고인 원모(67)씨를 살인미수죄 및 현존전차방화치상죄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집중 수사한 결과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원씨는 불리한 이혼소송 결과를 자신에 대한 모욕과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피해망상에 빠져 범행했다. 원씨는 조사에서 “대중교통인 지하철에 방화할 경우 사회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범행을 실행했다”고 진술했다.
원씨가 이혼소송 항소심에 패소해 재산분할 결정을 받은 건 5월14일, 판결 확정은 범행 전날인 5월30일이었다. 대검 통합심리분석 결과 피고인은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인지적 경직성과 이분법적이며 자기중심적 사고 특성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경찰이 원씨를 현존전차방화치상죄로만 송치한 것과는 달리 검찰은 원씨에게 승객 160명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피고인이 한강 밑 터널이라는 위험한 장소에서 다량의 휘발유(3.6ℓ)를 살포한 후 불을 지른 행위가 전체 승객을 대상으로 한 ‘테러에 준하는 살상행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원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8시42분 5호선 여의나루역∼마포역 구간을 달리던 지하철 4번칸 바닥에 휘발유를 쏟아부은 뒤 불을 질렀다. 휘발유 살포 범위는 세로 약 6.8m, 가로 약 1.8m로 면적 12.24㎡에 달했고, 화재로 발생한 다량의 유독가스가 다른 칸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원씨의 범행은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씨는 범행 10일 전인 지난달 21일 주유소에서 휘발유 3.6ℓ를 구입하고 토치형 라이터를 준비했다. 주유소 업주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오토바이 헬멧을 착용하고 현금으로 유류비를 지불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한 자신도 함께 죽겠다는 생각으로 범행 전 신변 정리를 마쳤다. 정기예탁금·보험 공제계약을 해지하고 투자 펀드를 모두 환매해 전재산을 친족에게 송금했다. 범행 전날에도 휘발유를 휴대한 상태로 1, 2, 4호선을 번갈아 타며 서울 시내 주요 지하철역을 배회하면서 범행 기회를 물색했다.

검찰은 경찰이 특정한 피해자 33명 외에 경찰·소방 신고내역, 구급일지 등을 전수조사해 피해자 127명을 추가로 특정했다. 총 피해자는 160명이며 이 중 6명이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지하철 내장재가 불연성 소재로 교체되지 않았다면 대형참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위험을 감지한 승객들의 신속한 대피와 적절한 대응이 큰 피해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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