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을 복용한 상태에서 운전한 혐의를 받는 방송인 이경규(64)가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이경규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공황장애 약을 먹고 운전한 것이 자신의 부주의였다고 혐의를 시인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5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이경규를 전날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경규를 상대로 약물 복용 경위와 적발 당시 운전이 가능한 상황이었는지 등을 물었다. 오후 9시쯤 시작한 조사는 약 1시간45분 정도 진행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경규는 절도 의심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데 따라 약물 운전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8일 오후 2시쯤 강남구 논현동에서 자신의 차와 차종이 같은 다른 사람의 차를 운전했다. 차량이 바뀐 것은 주차 관리 요원의 실수인 것으로 확인됐으나 출동한 경찰이 시행한 약물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고, 양성 결과를 회신해 이경규를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경규는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공황장애 약을 먹고 운전하면 안 된다는 것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며 “복용 약 중 그런 계통의 약이 있다면 운전을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말씀을 드리고, 저 역시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경규 측은 10년 넘게 공황장애로 처방 약을 먹은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이경규의 소속사 관계자는 “복용한 약은 모두 전문의의 진단을 거쳐 처방된 합법적인 약으로, 본인은 사건 당일부터 경찰에 약 봉투를 제시하는 등 성실히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경찰 조사에 함께 출석한 이경규 변호인은 입장문을 통해 10년간 공황장애를 앓아왔고, 사건 전날도 처방약을 먹었으나 몸 상태가 안 좋아져 직접 운전해 병원에 간 것이었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주의”라고 했다.
경찰은 처방받은 약이어도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황이면 약물 운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의 운전을 금지한다. 처방 약이라도 집중력과 인지능력 저하가 올 정도라면 약물 운전 혐의가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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