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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 트로피 식탁에 두고 아침밥… 너무 신기”

입력 : 2025-06-24 21:41:17 수정 : 2025-06-24 21: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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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뮤지컬 새 역사’ 쓴 박천휴 작가

‘어쩌면 해피엔딩’ 반년 전 美 무대
신선함에 작품·대중성 인정받아
“작곡가와 단어 하나로 며칠 싸워
진심 담아낸 이야기 결국엔 통해”

“뉴욕 집 식탁에 올려둔 트로피를 보면서 아침을 먹는데 너무 신기했습니다. 공연계의 상징적 트로피가 제 초라한 뉴욕 집에 있다는 게 신기하고 그것의 무게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세계적 권위의 미국 토니상을 석권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작가 박천휴는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토니상 후보로 발표 났을 때 너무 기뻤지만 ‘설마 되겠어’ 하며 기대하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수상 당일에는 ‘상을 받아도 되나’ 싶었고 한편으로는 ‘이제 상을 받았으니 집에서 편하게 잘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회견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 작가는 동국대 문예창작과 재학 중이던 2007년 가요 작사가로 데뷔했다. 그러다 ‘더 늦기 전에 미술을 공부하고 싶다’며 유학 간 미국 뉴욕에서 작곡가 윌 애런슨을 만나 뮤지컬 창작 콤비를 이루게 된다. “제가 흥얼거리며 만든 노래 몇 곡을 윌이 편곡해줬고, 함께 피아노 앞에 앉아 작업하게 됐죠. 그렇게 다섯 곡 정도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데모곡이 국내 뮤지컬 제작진에게 좋은 인상을 줬고 2012년 창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으로 이어진다. 먼저 윌 애런슨에게 작곡 의뢰가 들어왔고 윌이 “작사가로는 박천휴와 함께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실연과 친구의 죽음을 겪던 시기, 박천휴가 카페에서 우연히 들은 노래 가사 한 줄이 출발점이었다. 국내 초연이 이뤄진 2016년 뉴욕에서 열린 영문판 낭독공연에서 브로드웨이 실력자 제프리 리처즈 프로듀서 눈에 띄며 본격적인 브로드웨이 진출이 추진됐다.

 

“낭독 공연이 끝나고 2시간도 안 돼서 제프리 리처즈가 연락했어요. ‘이 작품을 브로드웨이로 가져가고 싶다. 나는 신인 창작자들을 무대에 올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라고 하셨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브로드웨이 공연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으로 수년간 지연된 끝에, 2024년 11월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한 이 작품은 참신한 주제와 탄탄한 서사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성공 비결에 대해 박 작가는 “사실 왜 잘됐는지는 저도 모르겠다”며 겸손하게 웃었다. “한국 배경에다 유명한 원작도 없고 로봇이 주인공인데…. 개막 전에는 오히려 그 점들이 이 작품이 실패할 이유로 지목됐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그게 오히려 신선함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저와 윌은 단어 하나에도 며칠씩 싸울 만큼 치열하게 작업한다”며 “그런 진심이 관객에게 전해졌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관객과 한국 관객의 반응 차이에 대해서는 “감정의 흐름은 거의 같았다. 한국 관객은 내면으로 반응하고, 브로드웨이 관객은 키스 장면에서 박수를 치는 식으로 외적으로 표현하는 차이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10주년 국내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한경숙 프로듀서도 함께 참석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박 작가는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 등을 다시 무대에 올리고 싶고 한국뿐 아니라 미국, 혹은 다른 나라에서도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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