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완화에 WTI 선물 7.2% ‘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이스라엘이 휴전한다”고 선언하며 중동을 둘러싸고 열흘 이상 계속된 긴장이 급속히 이완하고 있다. 확실한 휴전인가를 두고 의구심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선언 직전 이란이 감행한 카타르 내 미 공군기지 공습이 ‘약속 대련’이라는 심증이 강화되며 갈등은 끝났다는 인식이 급속히 퍼져 나간 덕분이다.
중동 긴장으로 급격히 올랐던 유가가 가장 극적으로 반응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23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장 대비 7.2% 떨어진 68.5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달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전 유가 수준인 60달러 중반대로 복귀한 것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도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종가가 배럴당 71.48달러로 전장대비 7.2% 급락했다. 미국과 사전 합의에 의한 약속 대련으로 보이는 이란의 보복 공격 이후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특히,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유가 급등에 대한 위기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강경책을 포기한 중요 요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역풍에 직면하기 시작했다”면서 “이 공격은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 영향으로 이미 심각한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는 시점에 석유와 가스 가격 급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앞서 월가에서는 이란이 글로벌 원유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고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해온 바 있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재자극해 대선 레이스 기간 동안 물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부채 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 중인 금리 인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자국 석유기업들에게 국내 시추를 확대하라고 촉구하며 기업들에게 “석유 가격을 낮추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유가 문제가 자신의 아킬레스건임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