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벙커버스터 숫자와 같은 14발 쏴
트럼프, SNS에 “사전 통보… 피해 無
이·이란 거의 동시에 평화 말해” 강조
공습 반나절 만에 평화의 길로 유도
카타르도 휴전 협정 중요한 역할 분석
美언론 “중동, 여전히 불안정” 신중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휴전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 배경에 일단 이란의 ‘절제된 보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 카타르 미군기지 공습 계획을 먼저 알림으로써 이란이 체면을 살리면서도 유화적 신호를 보냈고, 이란 핵시설 폭격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원래 확전을 원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설득 혹은 압박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휴전 선언 이후에 이스라엘, 이란이 격한 공방을 주고받아 무력 충돌의 실질적인 완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이라는 화해의 길로 급선회한 배경은 이란 측의 제한된 보복 조치”라고 짚었다. 이날 이란의 카타르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란이 미리 타격을 통보했다’, ‘이란의 공격은 미군 기지나 인명에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상치 못한 시기에 이란 핵시설 3곳을 폭격해 이란에 겁을 준 뒤 이란의 보복이 미국에 피해를 입히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휴전의 길로 유도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초 미국은 이란의 정권 교체는 관심사가 아니라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갑작스럽게 이란의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다수의 미국 정권에서 중동 특사를 지낸 데니스 로스 워싱턴 인스티튜트 선임연구원은 FT에 “트럼프는 ‘우리는 너희 체제의 핵심을 공격할 능력도 있고, 더 할 수 있다. 반격하면 더 큰 보복이 따른다’고 말하는 셈”이라고 짚었다. 이란은 이날 카타르 미군 공군기지에 14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체면치레를 노렸다. 미군이 지난 21일 이란 핵시설 3곳을 겨냥한 공습에서 사용한 벙커버스터 숫자와 같은 14발의 미사일을 사용한 것에서 이런 의도가 읽힌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24일 성명에서 “적(이스라엘)이 후회 속에 패배를 받아들이고 일방적으로 침략을 멈추게 만드는 승리를 거뒀다. 적의 침략에 맞서 용맹함으로 대응해 모든 악을 분쇄했다”고 강변하며 미군기지, 이스라엘 전역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도 이란 핵시설 폭격을 통해 신뢰를 얻은 뒤 휴전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휴전 사실을 알린 뒤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 “이스라엘과 이란은 거의 동시에 내게 다가와서는 ‘평화’를 말했다”면서 “나는 지금이 (휴전 및 종전에) 적기임을 알았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양국 간 휴전 합의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역할이 컸음을 부각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중동 제3국 카타르의 역할도 주목할 만하다. 액시오스는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휴전 협정은 카타르와 미국의 중재로 이뤄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와 각각 통화했으며, 밴스 부통령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전화로 대화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선언을 이스라엘과 이란이 수용해 무력 충돌을 실질적으로 마무리할지를 두고 신중론이 적지 않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SNS 엑스(X)를 통해 전투 중단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현재로선 아직 휴전 합의가 없다고 밝혔다. 휴전 선언 이후에도 양국이 무력 충돌을 벌인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의 미사일 발사를 주장하며 “이스라엘군에 (이란 수도)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정권 목표물에 강력한 공격을 가해 이란의 휴전 위반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방송 IRIB는 새로운 미사일 파도가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들도 휴전 성사에 무게를 두면서도 신중한 보도 태도를 보였다. CNN 방송은 백악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자국 내 공격 중단을 조건으로 휴전 협정에 동의했으며 이란 역시 그 조건을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AP통신은 “중동의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게 남아 있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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