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해명,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쳐
“자질·능력 갖춘 적임” 與 논리 무색

국회가 어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이재명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 검증이란 의미가 무색하게 맥빠진 청문회가 되고 말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인 및 참고인 출석을 놓고 여야가 격렬히 대립하다가 결국 단 한 명의 증인이나 참고인도 채택하지 못한 탓이 크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소속인 이종배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2000년 총리 후보자 청문회 제도 도입 후 증인·참고인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한탄했겠는가. 김 후보자는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간 김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을 놓고 숱한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날 청문회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명확한 해명은 없었다. 그는 ‘수입에 비해 지출이 많았는데도 재산이 늘었다’는 야당의 질의에 “축의금, 조의금, 출판기념회 2번, 그리고 장모님으로부터 생활비 지원을 간혹 받은 것”이라고 맞받았다. 과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던 강모씨 오피스텔에 2년간 주소를 둔 것에 관해선 “외국에 갔을 때 우편물 수령을 위해 주소를 둔 것”이라고 둘러댔다.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부실한 답변이란 지적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김 후보자가 국정을 총괄해야 할 총리 후보자 자격을 갖췄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도 있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에 대한 야당의 물음에 “20~30%로 알고 있다”고 답한 것이 대표적이다. 48.4%란 정확한 수치를 대지 못한 점은 그렇다 쳐도 총리 후보자로서 국가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는 현실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부족하지 않은가. 예산 관련 질문이 잇따르자 “정확한 숫자까지 말씀드려야 하느냐”라고 반문하는 모습은 실소를 자아냈다. “자질과 능력을 갖춘 최적임자”라는 여당의 방어 논리가 무색해질 지경이다.
원내 과반 다수당인 민주당은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통과를 밀어붙이면 된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니 역대 정권마다 청문회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심지어 ‘청문회 무용론’까지 불거지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은 여소야대이던 윤석열정부 시절이 아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새 정부 첫 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야당의 반발 속에 여당 주도로 강행 처리되는 경우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숙고하길 바란다. 아울러 지금의 청문회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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