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 스마일’(원제는‘노인과 총’)을 보았다.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의 영화. 로버트 레드퍼드의 은퇴 작품이기도 한.
2018년 개봉작이니 레드퍼드의 나이 80대 초입에 찍은 영화겠다. 영화 속에선 70대로 나오지만. 그래도 워낙 잘생긴 전설적 배우인 데다 지적이고 매력적인 인상까지 겸비한, 수많은 영화 애호가들의 가슴속 연인이 된 지 오랜 배우라 주름투성이 할아버지 모습도 꽤 멋지고 근사해 보였다. 게다가 70대 은행털이라니, 그것도 15세에 시작해 한평생을 은행털이로 살면서 16번 붙잡히고 16번 탈옥한 198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은행털이, 포레스트 터커가 모델이라니,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게다가 그는 은행털이 중 한 번도 총을 사용한 적도 없고, 말쑥하게 빼입은 슈트 차림으로 만면에 행복한 미소를 담고 목표한 은행으로 들어가 정중하고 차분하게 “전 지금 은행을 털러 왔어요, 제 가방 가득 현금을 채워주세요”라고 말하곤 돈이 차면 그 가방을 들고 그의 최대의 무기인 선량한 푸른 눈과 온화한 미소만 남긴 채, 점잖고 우아하게 유유히 은행 밖으로 사라졌다니, 정말 이런 은행털이가 존재했을까? 그 자체만으로도 누군가는 예술이다! 외칠 것 같은.
그리고 신기하게도 한 번이라도 그를 스친 사람들은 모두 그를 아주 점잖고 친절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이보다 더 위험하고 매력적인 예술가가 어디에 있으랴.
이 영화를 만든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도 “이 영화는 가장 위대한 영화배우 중 한 분께 바치는 러브레터”라고 말했을 정도로 정말 ‘로버트 레드퍼드=포레스트 터커’라는 등식이 그대로 성립되는 영화다. 그 사이사이로 보여주는 그의 수배 전단들 전부가 레드퍼드가 출연한 영화 스틸 컷들이라는 것. 정말 재미있고 즐겁지 않은가. 위대한 한 노장 배우의 삶과 은행털이의 삶이 스크린 안에서 공존해 있다는 게.
하여 이 영화를 보면서 그의 연기에도 감탄했지만, 이 세상에 ‘프레스트 터커’라는 은행털이가 존재했다는 것도 무지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누군가 그에게 왜 은행털이를 계속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생계가 아닌 삶의 문제라고 대답한다.
모든 예술가에게 예술이 삶이듯이, 그에겐 은행털이가 그의 삶, 그의 예술인 것이다. 그 점을 로버트 레드퍼드는 정말 빛나게 잘 살려냈다. 다시 붙잡히는 마지막 장면에서 특유의 ‘미스터 스마일’을 날리며 모두를 향해 피융! 손가락 총을 쏘듯이.
김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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