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청탁과 함께 약 207억원 받아 챙겨”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도중에 부패 혐의로 구속된 티무르 이바노프(49) 전 러시아 국방부 차관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이바노프의 범죄 행각은 결국 그의 상관으로 크레믈궁의 신임이 두터웠던 세르게이 쇼이구(70) 전 국방부 장관이 실각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법원에서 열린 이바노프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14년 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바노프는 60세를 훌쩍 넘긴 뒤에야 자유의 몸이 된다.

이바노프는 국방차관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4월 부패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체포된 뒤 전격 해임됐다. 이후 재임 기간에 총 11억8500만루블(약 207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비공개로 재판을 받아 왔다. 정작 이바노프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2016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의해 국방차관으로 임명된 이바노프는 군이 보유한 자산 관리, 장병들을 위한 주택 건설과 의료 지원 등을 주로 담당했다. 직무 특성상 군에 납품하는 업자들과 마주하는 일이 잦았는데, 이를 악용해 “편의를 봐줄 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바노프가 체포되기 직전 푸틴은 사정기관에 강력한 반부패 수사를 지시하며 “군의 조달 체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의 국방 예산이 급격히 증가하며 군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그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만연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문제는 이바노프를 국방차관 후보자로 푸틴에게 천거한 인물이 바로 국방장관이던 쇼이구라는 점이다. 푸틴의 핵심 측근인 쇼이구는 2012년부터 11년 넘게 국방부와 군을 이끌 만큼 푸틴의 신임이 두터웠다. 심지어 ‘푸틴의 후계자’라는 소문이 나돈 적도 있다. 그런 쇼이구의 측근인 이바노프가 뇌물수수 혐의 피고인이 됐으니 푸틴의 실망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결국 쇼이구는 이바노프 체포 1개월 뒤인 2024년 5월 국방장관에서 물러났다. 크레믈궁은 쇼이구가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옮겼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회의(NSC)에 해당하는 기구인데, 그 서기 자리는 의전 서열상 국방장관보다 상위라고 한다. ‘이전보다 더 좋은 자리로 이동한다’는 뜻의 영전(榮轉)에 해당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 권한은 국방장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서방 언론들은 쇼이구의 인사를 ‘축출’(oust) 또는 ‘경질’(sack)로 규정하며 “푸틴이 쇼이구의 실권은 뺴앗되 그 체면만은 살려주는 식으로 나름의 배려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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