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3일 발표한 11개 장관 후보자 인선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이다. 정권 교체 후 첫 내각 구성에 전 정부 인사를 그대로 앉혔기 때문이다.

과거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노동부 장관이었던 고(故) 이기호 전 장관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의 첫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극소수의 전례가 있긴 했으나, 그럼에도 정권이 교체된 후에 전임 정부의 장관이 자리를 그대로 지키는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진영을 가리지 않겠다”고 공언해 온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에 기반한 용인술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송 장관이 윤석열 정부에서 일하긴 했지만, 계엄이나 내란에 적극 동참한 적이 없고 본인이 소신을 갖고 활동을 해왔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봤다”며 “이재명 정부의 가치와 지향에 동의해 열심히 활동할 분이라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쓰겠다는 뜻이 담긴 실용주의 기반 인사”라고 설명했다.
물론 전적으로 ‘코드’가 맞는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
앞서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2023년 송 장관의 청문회 과정에서 불법 증여 의혹이 불거지자 최고위원회의에서 “송 후보자가 불법 증여 의혹이 제기되니 '아이들에게 용돈 차원에서 준 것'이라고 했는데,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말이겠느냐”며 “국민의 머슴, 공복으로서의 기본적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고 질타한 바 있다.

송 장관 역시 민주당을 향해 각을 세우기도 했다.
송 장관은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하자 브리핑을 열어 법안에 대한 반대 뜻을 밝히고 “재의요구(거부권)를 건의하겠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한편 송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유임 소감에 대해 묻자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지금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상당히 무겁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골쇄신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