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이전 의견 수렴 부족” 지적
행정상 비효율 문제 우려 등 제기
市 “원도심 재도약 위한 전략배치”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자리 잡고 있던 대전시 산하기관이 속속 원도심으로 이전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 등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직원들은 기관 정체성과 고유임무 수행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23일 시에 따르면 대전과학산업진흥원은 지난 5일 유성구 신성동에서 대덕구 오정동 한남대학교 캠퍼스로 사옥 이전을 완료했다. 과학산업진흥원은 정부출연연구소와 지역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기 위해 2020년 5월 대덕연구개발특구 내에 문을 열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올해 2월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전 지시를 내린 지 3개월 만이다.
대전시는 “대덕특구에 있던 진흥원 청사는 옛 쌍용연구소 건물로 1977년 준공돼 노후화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이 크고 업무 효율성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한남대 혁신파크는 올해 1월 대덕특구에 편입됐고, 혁신파크에 입주한 기업과의 소통 등 산업생태계 마중물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전관광공사는 지난달 초 유성구 도룡동에서 동구 원동으로 30년 만에 사옥을 이전했다. 원도심으로 이전한 최초의 산하기관이다. 1993년 대전엑스포 때 설립된 이후 30년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옆에 자리했으나 원도심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신사옥에선 대전컨벤션센터와 과학공원 운영을 위한 MICE사업단과 관광개발사업단 산하 일부 팀 등을 제외한 9개팀 90명이 근무하게 된다. 2023년 2월 이전 방침이 세워진 지 2년 만이다.

관광공사는 원도심 사옥 이전을 계기로 지역 관광마케팅 정책을 재정립하는 한편 지역관광의 실질적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복안이다. 관광공사는 시와 전통시장과 원도심 근현대건축물 등을 연계한 도심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문화관광자원 발굴에 나선다.
대덕특구인 유성 장동에 있는 일자리경제진흥원은 9월까지 동구 대동으로 본원을 이전한다. 원도심행을 앞둔 대전시시설관리공단은 사옥 임차기간인 2028년 이후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내부에선 사옥 이전 과정에서 의견 수렴 부족과 이전으로 인한 행정 비효율 문제 등을 우려하고 있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과기연구노조)은 최근 과학산업진흥원 이전 관련 입장문을 내고 “기관 이전은 단순히 근무환경 변화에 그치지 않고 조직의 정체성과 고유 임무 수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기존 청사는 대덕특구 중심에 위치해 정부 출연연과 일상적 교류가 가능하다. 이는 단지 지리적 이점이 아니라 기관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드러내고 실현하는 기반”이라고 했다.
노조는 “대전시와 진흥원 간부들은 직원들을 배제하고 이전 여부, 이전 장소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진흥원 정체성 강화와 고유 역할 수행을 위해 2028년 대덕특구 내 융합연구혁신센터 준공 즉시 입주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관광공사노조도 2023년 사옥 이전이 결정되자 윤성국 사장을 단체협약 위반으로 노동청에 고발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대전시 관계자는 “산하기관 이전은 청사 이전을 넘어 원도심 재도약 등을 위한 전략적 재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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