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실용 노선’ 상징적 인사 평가
與 일각 우려 표출… 국힘선 호평
윤석열정부의 국무위원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이재명정부 초대 내각에 입각했다. 정권 교체가 이뤄진 뒤에도 전 정권 장관이 자리를 지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용’과 ‘통합’을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반영된 상징적 인사라는 평가다.
23일 대통령실이 발표한 11개 부처 장관 인선에서 윤석열정부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송 장관 유임을 결정했다. 과거 김영삼정부에서 임명된 이기호 노동부 장관이 김대중정부에서도 장관직을 계속 수행한 적이 있지만 정권이 교체된 뒤 기존 장관을 유임한 것은 매우 희귀한 사례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관가에선 이재명정부의 ‘실용주의’ 노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송 장관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입사해 지역개발팀장, 농촌정책연구부장, 부원장을 거쳐 2016년부터 농업관측센터장을 지낸 농업·농촌 연구분야 전문가다. 그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농정 현안과 물가, 재해 대응 등을 주제로 이 대통령과 장시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시 대통령이 송 장관의 설명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전 정권 국무위원 중 송 장관이 유일하게 남은 것은 정치적 색채가 옅고 전문성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3일 만에 “안건을 모르고 갔다. 국민께 송구하다. (계엄 논의인 줄 알았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점도 이번 유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임 소식을 접한 송 장관은 “우리 농업·농촌, 그리고 국민 입장에서 농정이 더 발전하고 우리 농업인의 삶이 나아질 수 있게 하겠다”며 “분골쇄신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회의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유임된 송 장관에게 이재명정부 국정철학에 맞는 자세를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주철현 의원은 “윤석열정부에서 (농업 관련 4법을) 사실상 앞장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 관철시켰다”며 “만약에 이재명정부에서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건가”라고 따졌다. 같은 당 서삼석 의원은 “유임을 축하한다”면서도 “전 정부에서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새 정부와 국민, 농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고 용납할 수 없다”며 항의하는 의미로 퇴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례적인 인선이라면서도 농정의 연속성을 고려한 조처라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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