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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의시읽는마음] 초록의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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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23 23:01:14 수정 : 2025-06-23 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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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해

새들에겐

분방한 회전문

 

연인들에겐

풀물 밴 사랑의 침대

 

나무에겐

청춘의 부싯돌

 

무덤에겐

통풍 좋은 이불

 

나는 이것을

음표로 빚네

 

동글동글

일 년을 복용할

환으로 만드네

초록이 지천이다. 도시의 좁은 골목에서도 제법 우거진 초록을 본다. 그곳을 분방하게 드나드는 이름 모를 새들을 만날 때도 있다. 장마가 시작되고 곧 요란한 비가 몰려오면 초록은 잠시 숨을 고르며 상념에 잠길 것이다. 비를 머금은 초록이 그려낼 어떤 음표를 나는 떠올린다. 이 시를 읽으며, 가능하다면 나도 그 깨끗하고 시원한 초록의 노래를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남은 계절을 지탱할 귀한 약이 될 수도 있겠다.

여름이 다하기 전에 더 큰 초록을 만나러 어디로든 가야지, 전에 없던 계획을 세워 보기도 한다.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푸르른 무덤도 보면서 초록을 한껏 빚어야지. 동글동글, 동글동글……. “동글동글”이라고 쓰다 보니 초록이 더욱 애틋해진다. 당장은 산책을 하러 나가야겠다. 문을 열면 쨍한 빛이 팔짱을 끼듯 와락 다가들 것이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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