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태웅의역사산책] 백범 김구와 효창공원

관련이슈 김태웅의 역사산책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06-23 23:00:39 수정 : 2025-06-23 23:00:38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일제, 조선왕실 묘역에 공원·행락지 조성
백범과 삼의사 안장된 곳에 축구장 이라니

백범 김구가 1949년 6월26일 육군 장교 안두희에게 저격당하여 절명하였고 7월5일 효창공원에 안장되었다. 그리고 채 1년도 안 되어 그가 막으려 했던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이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발발하였다. 그래서인지 1980년 5월 이전만 하더라도 가장 침울하고 가슴 아픈 달은 오로지 6월이었다.

특히 백범이 잠들어 있는 효창공원 부근에 살고 있었던 필자에게는 더욱 그러하였다. 그런데 어린 마음에도 가끔은 안두희의 배후가 누구일까라는 것보다 백범과 함께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등 삼의사와 임시정부 요인들이 안장된 효창공원에 왜 축구운동장이 들어섰을까가 의문이었다. 봄과 가을에는 육해공 사관학교 체육대회를 비롯한 각종 체육대회가 열리고 겨울에는 스케이트 애호가들이 우리 집 앞을 지나 효창운동장으로 몰려갔다. 이들 애국지사는 편히 잠들고 계실까.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나선 우리 남매들이 효창공원을 거닐며 펜스 너머로 목격했던 이들의 묘역은 왜 이렇게 초라할까. 온갖 의구심이 내 뇌리를 스쳐 갔다.

김태웅 서울대 교수·역사교육

효창운동장은 알다시피 효창공원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리고 효창공원은 효창원(孝昌園)에서 나왔다. 효창원은 원래 효창묘였는데 고종 7년(1870)에 승격된 이름이다. 정조의 맏아들로 5살에 요절한 문효세자와 의빈 성씨가 정조에 의해 도성에서 가까운 이곳에 묻혔고 이후 순조의 후궁 숙의 박씨, 그의 소생인 영온옹주가 묻혔다. ‘효창’은 ‘효성스럽고 번성하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1894년 청일전쟁 발발 직전 일본 군대가 효창원에 불법 주둔한 이래 이곳은 군사 시설로 이용되었다. 이어서 1921년에는 만주철도주식회사가 경성 최초로 이곳에 골프장을 개설하여 3년 동안 운영하였으며 1924년에는 경성부가 시민들의 행락지로 활용한다는 효창공원 설치방안을 발표하였다. 또한 1937년 광장이 없다는 이유로 운동장 설치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굴곡을 거친 효창공원은 1945년 8월 광복을 맞아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946년 6월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세 열사를 모시려고 설치된 삼열사봉장위원회가 이들 세 열사의 유해를 효창공원에 안장함으로써 애국지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절정에 달했다. 이제 일제가 훼손한 효창원은 애국지사의 활동을 현창하는 장소로 탄생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위원장 백범의 역할이 컸다. 그는 이봉창과 윤봉길의 의열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4월25일 도쿄로부터 서울에 도착한 윤봉길 의사의 유품을 자신의 거처인 경교장에 안치하였고 이틀 뒤 윤봉길 의사의 생가를 방문하여 추모사를 낭독하였다. 이어서 7월7일 효창공원에서 거행된 삼의사 국민장에 참석하였다. 그의 이러한 추모 활동은 개인의 활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가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보존에 헌신한 이들에 대해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의 예우를 상징하였다.

그러나 그는 암살 배후자가 누구인지 규명되지 않는 가운데 영원한 안식마저 누리지 못했다. 애국선열 유족들의 반대 진정에도 불구하고 1959년 11월 축구경기장 착공이 강행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효창운동장을 바라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감도는 것은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국가를 꿈꾼 백범의 소원이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숨 쉬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김태웅 서울대 교수·역사교육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상큼 발랄'
  • 박보영 '상큼 발랄'
  • 고윤정 '매력적인 미모'
  • 베이비돈크라이 이현 '인형 미모'
  • 올데이 프로젝트 애니 '눈부신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