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생 여파로 산후조리원 등 영유아 관련 업종의 수요가 줄면서 업체들이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입장에선 육아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는 다시 출산 기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23일 하나카드의 2019~2025년 신용·체크카드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소비 환경 변화에 따른 소호 업종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소호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개인사업자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출생아 수 감소는 관련 업종 수요 위축과 가격 인상이라는 이중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 산후조리원의 경우 가맹점 수는 2022~2024년 연평균 4.0% 줄었고, 승인 건수는 16.8% 감소했다. 그러나 건당 승인 금액은 23.6% 늘어 전체 승인 금액은 오히려 2.9% 증가했다.
소아청소년과, 아동복, 입시 보습학원 등 다른 영유아 관련 업종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필수재 성격이 강한 의료·교육 부문에서 특히 가격 인상이 두드러졌다.
연구소는 “출산율 감소 → 수요 감소 → 점포 감소·가격 인상 → 육아 부담 확대 → 다시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는 부정적 순환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해 출산율이 소폭 반등한 만큼, 이를 계기로 선순환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저출생과 고령화 흐름 속에 돌봄 관련 업종은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약국, 동물병원, 신경정신과, 요양원 등은 사업체 수가 증가했고, 사회적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연구소는 “1~2인 가구 증가와 맞벌이 확산으로 가정 내 돌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소호의 기능이 이제는 육아·간병을 포함한 사회적 돌봄 역할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 주도 세대도 변화하고 있다.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입시학원 매출에서 50대 소비자 비중은 2019년 18.7%에서 2024년 26.9%로 늘었다. 재취업 수요로 기술·전문 훈련학원에서의 50대 비중도 26.5%→32.6%로 확대됐다.
이외에도 피부·체형관리소, 여행사 등 여가 소비 분야에서도 50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반면 20대는 빠르게 유행을 따라가지만 수명이 짧은 소비 패턴을 보인다. 셀프사진관과 코인노래방의 인기가 꺾이자 사진관은 2024년부터 성장세가 둔화됐고, 노래방도 회복세를 접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보고서는 또 소호 시장 내부에서 ‘쏠림’과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예가 애완용품점이다. 반려동물 산업 성장 기대감으로 2022~2024년 매출은 연평균 1.4% 늘었지만, 가맹점 수는 4.2% 증가해 점포당 매출은 2.7% 감소했다.
음식점업종에서는 수요는 줄었지만 외식물가는 오르면서, 소비자는 차별화된 ‘맛집’이나 저가 뷔페로 양극화되는 소비를 보였다.
아울러 부동산, 음식점 등 여러 업종에서 마케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어,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적응력도 생존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김문태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과 세대별 수요 변화 흐름에 맞춰 업종별로 특화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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