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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엔 NO”… 성동 ‘특수학교’ 신설 진통

입력 : 2025-06-22 19:01:28 수정 : 2025-06-22 19: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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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주민 설명회 개최
주민들 집값 하락 우려 강력 반발
장애 학생 부모들과 고성 오가
중랑구선 12년간 8번 부지 옮겨

특수교육대상자 학생 매년 급증
원거리 통학·취학유예 비일비재
“땅값 ↓ 근거 없어 함께 어울려야”

서울 성동구 성수공고 폐교부지에 공립 특수학교 ‘성진학교’를 설립하는 계획이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서울시교육청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자 주민들이 집회 신고까지 하며 반대에 나선 것이다.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는 학생 수가 매년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지만, 특수학교는 ‘혐오 시설’이라는 사회적 편견 속에 우리 동네에는 안 된다는 ‘님비(NIMBY)’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22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 성동구 경일고등학교에서 ‘성진학교 설립 주민 설명회’가 개최됐다. 이번 설명회는 특수학교 설립의 배경과 필요성, 지역사회와의 연계 방안 등을 설명하고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성진학교는 202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도로변에 내걸린 ‘특수학교 반대’ 현수막 서울시교육청의 공립 특수학교 ‘성진학교 설립 주민 설명회’가 열린 21일 서울 성동구 경일고등학교 앞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제공

설명회는 장애인 부모들의 특수학교 설립 필요성에 대한 성토와 함께 인근 주민들의 ‘부지 이전’ 요구 목소리가 뒤섞여 진통이 이어졌다. 성진학교가 설립될 성수공고 폐교부지 밑으로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있는데, 이곳 주민들은 설명회가 열리는 경일고 정문 앞에 집회 신고까지 했다. 이들은 학교 앞에 ‘성수에 장애인 특수, 성진학교가 웬 말인가. 성수는 일반 학교 전환을 원한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최근 재개발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인근에 특수학교 설립이 추진되면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에 일부 주민들은 ‘서울숲으로 터를 옮겨라’ 등 반대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약 400명이 참석한 설명회에는 특수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장애인 부모들도 참석해 한때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빚어졌다. 한 주민은 “성동구는 명품 동네가 된 만큼 명품 학교를 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 부모 A씨는 “성동구에 특수학교가 없어서 집에만 있거나, 3시간 동안 통학하는 장애 아이들도 있다. 불쌍하지도 않나”라며 “이미 계획이 세워져 있는데 새로 논의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어느 부지에, 어느 용도로 언제 정하나. 또 6년,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장애 아이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한다”고 울먹였다. 성동구에 거주하는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회장은 “명품이 비싼 아파트, 돈 많은 게 명품인가? 우리 같이 잘사는 사회라는 게 더 명품 아닌가”라고 외쳤다.

 

특수학교 설립이 추진될 때마다 주민 반발 탓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3년 서울 강서구에 공립 특수학교 ‘서진학교’를 세우겠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도 난항을 거듭하다 2017년 주민 토론회에서 장애 아이를 둔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일이 알려지면서 긍정적인 여론과 함께 2020년 서진학교가 개교했다. 서울 중랑구에 들어설 특수학교 동진학교도 주민 반대로 12년간 8번이나 부지를 옮기다 올해 초 첫 삽을 떴다. 학교 개교일은 2017년에서 2027년으로 10년 늦춰졌다.

서울시교육청. 연합뉴스

특수학교 설립의 필요성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는 학생 수는 매년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내 특수교육대상 학생 1만4546명 가운데 31.1%인 4531명만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특수교육 대상자 중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 학교 등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으나, 여전히 수요보다 특수학교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수교육 대상자 중 일반 학교의 일반 학급에 진학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재 중구, 용산구, 성동구, 동대문구, 중랑구, 양천구, 금천구, 영등포구 등 서울 8개 자치구에는 특수학교가 없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은 원거리 통학, 일반학급 배치, 취학유예 등의 문제를 떠안고 있다. 

 

특히 지체장애 특수학교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동구, 관악구, 구로구, 노원구, 마포구, 서대문구, 서초구 등 7개 자치구에만 편중돼 있어 동북권역의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요구가 높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이 성진학교에 총 22학급 규모로 설립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성수공고 폐교부지는 분할해 성진학교와 공공도서관, 생활체육시설 등 지역사회 연계시설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체육관과 지하주차장은 적극적으로 개방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특수학교 설립 반대는 근거와 명분 모두 없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 ‘땅값이 떨어진다’, ‘교육수준이 떨어진다’는 반대가 나오는데 모두 근거가 없다. 오히려 지역사회에 함께 어울리며 비장애인 아이들도 다양성에 대해 배울 수 있다”며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반대하면 사회복지사업법 위반이다. 특수학교가 사회복지시설은 아니지만, 같은 맥락에서 보면 어떤 반대 이유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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