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패배 후 20일이 지나도록 국민의힘이 ‘탄핵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5대 개혁안을 제안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의 무효화를 재차 강조했지만, 당내에서는 회의적 시선과 냉소가 감지된다.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그의 개혁안도 좌초 위기에 놓이는 분위기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비대위원장은 전날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이 과거를 책임지고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탄핵 반대 당론만큼은 무효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비대위원장은 “제가 비대위원장으로서 임기가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변화와 혁신의 의지만큼은 계속 이어가야 한다”며 5대 개혁안에 대한 당원 대상 여론조사 실시 또한 재차 요청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의 무효화를 다시 촉구한 것은, 송언석 원내대표와 당 쇄신의 방법론을 두고 엇박자가 나는 상황에서 자신이 제시한 개혁의 구체적 방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구(舊) 주류 친윤(친윤석열)계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계파 색깔이 옅은 중도 성향 의원들 사이에서도 김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 파면된 대통령에 대한 과거 당론을 다시 수면으로 올리는 것에 어떤 실익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초선 의원은 “탄핵 반대 당론은 당시에 (김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대부분의 의원들이 다 찬성했던 것”이라며 “당을 살리려면 시간을 벌어야 했고, 그때 바로 탄핵됐다면 당의 숨통이 바로 끊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을 순회 중인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유정복 인천시장과 만찬 자리를 가졌다. 유 시장은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우리 이제 윤 전 대통령을 잊자”고 말하는 등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을 강조한 바 있다. 자신의 개혁 방향에 동의하는 원외 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읽힌다. 8월 예정된 전당대회에 김 비대위원장이 당대표 주자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