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불안에 우리 안보·경제 비상등
李, 계획 바꿔 나토 정상회의 불참석

미국이 이란의 핵심 핵 시설을 전격 공습하면서 중동 정세가 중대 국면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고 이란 공습을 발표했다. 이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중동의 불량배(bully)인 이란은 이제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며 “만약 평화가 빨리 오지 않으면 우리는 다른 표적들을 정밀, 신속, 능숙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공습 확대를 경고했다. 미국의 선택에 따라 ‘이란 사태’가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위기 상황인 것이다.
미국의 공습에도 이란은 일단 전의를 꺾지 않은 모습이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 후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보복 공격으로 대응했다. 이란 외무장관은 주권·국익·국민 방어를 위한 모든 선택권의 보유를 천명해 추가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이란·이스라엘 충돌의 빌미였던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도 미국에 대한 대응을 공언했다. 세계 최강국 미국에 대한 군사적 도전은 자멸을 의미할 수 있어 이란이나 친이란 무장세력이 대미 보복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의 이번 공격은 중동의 화약고에 불을 붙여 놓은 격이어서 자칫 전면전으로 비화할 경우 그 파장과 후폭풍을 가늠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중동 정세 악화로 우리 안보와 경제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그간 이재명 대통령은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나,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국내에 머물기로 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어제 긴급안보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안보와 경제 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관계 부처 간 긴밀한 소통과 협업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단기적으로는 유가와 물류비용 상승이 우려된다.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의 72%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라는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하면 무역, 물류는 물론 경제 전반에 치명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이슈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국방비나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가 강화되고, 주한미군 재편 분위기도 가속화할 수 있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상정해 대비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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