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이달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8∼9월 직전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올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5년 만에 90%대에서 80%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지만, 가계대출 급증 추세가 지속되면 다시 90%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2일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1%로, 전 분기(90.7%)보다 0.6%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1분기에 지난해 말 대비 0.1%포인트 넘게 하락하면 2019년 말(89.6%) 이후 처음 90%를 밑돌게 된다.
그러나 올해 2분기 들어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7분기 만에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원)보다 3조9937억원 불었다. 하루 평균 약 2102억원씩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8월(3105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 속도가 유지되면 이달 말 가계대출 증가폭은 6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평균 증가액과 월 증가폭(예상)이 이미 지난해 7월(하루 2312억원, 월 7조1660억원)에 근접,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8월(9조6259억원) 이후 최대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지수가 3000을 돌파하는 등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신용대출도 급증했다. 신용대출은 이달 들어 19일 만에 1조882억원 증가했는데 하루 평균 증가액(573억원)이 이미 5월(265억원)의 두 배를 웃돈다. 이 속도가 유지되면 월말까지 1조7755억원 불어날 전망이다. 이는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약 4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은행연합회 정례이사회 직후 만찬에 참석해 주요 은행장들에게 가계대출 관리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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