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원회가 20일 정부기관 업무보고를 줄줄이 중단했다. 국정기획위는 내용 부실, 보고 유출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공직사회 군기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기획위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별관에서 진행되던 검찰 업무보고를 중단시켰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이) 검찰과 관련된 대통령 공약에 대해 핵심적 내용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고, 공약이행 절차라는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검찰 보고 내용과 관련해 “수사·기소 분리, 기소권 남용에 대한 피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와 관련된 대통령 공약이 있는데, 오늘 업무보고 내용은 검찰이 갖고 있는 현재 권한을 오히려 확대하는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형식적 문제로는 대통령 공약 분석 부족이 언급됐다. 조 대변인은 검찰 보고에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개한 정책 공약집, 대통령 연설문, 정책 발표문에 대한 분석이 담기지 않았다며 “공약 이행계획을 세울 때 꼼꼼하게 자료를 참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두번째로 업무보고가 중단된 곳은 방송통신위원회다. 조 대변인은 “과거 윤석열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과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고, 방송의 독립성·공공성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며 “국민신뢰 회복 조치가 불충분하다는 점을 고려해서 업무보고를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국정기획위 위원들이 요청한 자료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고, 위원들이 업무보고 현장에서 질의한 사안에 대해서도 무성의한 태도로 답변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대변인은 “(재보고일까지) 방통위 혹은 방심위 등, 방송관계 기관들이 그동안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얼마나 준수하고 방송의 공영성 증진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필요성이 있다”며 “정상적으로 업무보고가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꼬집었다.
오후에는 해양수산부의 업무보고가 중단됐다. 해수부는 업무보고가 시작되기도 전에 보고자료가 보도된 점이 문제가 됐다. 해수부 업무보고를 받는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의 이춘석 분과장이 보고자료가 유출된 경위에 대해 물었지만, 해수부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조 대변인은 “(해수부의) 보고 전에 보고자료가 일방적으로 유출됐다”며 “이에 대해서 해수부의 설명·태도가 불명확해서 더 이상의 보고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보고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이들 기관에 업무보고 내용을 보완해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25일, 방통위는 26일 창성동 국정기획위 사무실에서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정기획위는 이같은 업무보고는 “대통령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인식을 통일시켜나가고, 비전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변인은 “업무보고를 받는 건 두가지 의미가 있다”며 “첫번째는 각 부처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점검해보자는 차원이고, 두번째는 국민에게 선택된 새 정부의 공약을 현재 부처가 어떻게 이해하고 실현해나갈 것인지 계획 보고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의 문제나 비정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대통령과 공직자들이 지혜와 힘을 모으는 과정”이라며 “대한민국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해 공직자들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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