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이 미국발 보조금 정책 및 미국에 진출한 완성차 업체의 현지생산 본격화 영향으로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다만 장기적인 업황 개선을 위해서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만 아닌 포트폴리오 확장이 필수적이란 지적이 재차 나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달부터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본격 시작했다. 전기차 현지 생산량을 늘려 미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혜택을 노리고 시장 입지도 높인다는 계획으로 국내 배터리사 생산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국 상원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안을 수정하며 배터리 세액공제 기간을 기존대로 2032년까지 25% 유지하기로 하원안을 재수정했다. 미국 정부는 IRA 조항 중 하나로 태양광·풍력발전, 배터리 부품, 핵심광물 등 적용 품목을 지정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제공한다. 상원이 배터리 AMPC 유지를 결정하며 배터리업계에는 세액공제 기간도 확보하고 불확실성도 줄이는 방향이 됐다.

◆전기차 재고 확충·보조금…배터리사, 실적 개선 ‘기대감’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 준공한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5, 아이오닉9 등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여기 배터리를 탑재하는 국내 배터리 업체도 수혜를 보고 있다. 두 모델에 배터리가 들어가는 SK온은 이미 지난 1분기 AMPC 수령액이 급증했다.
SK온은 지난해 3분기부터 AMPC 수령액이 1000억원도 못 미치다가 올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110% 증가한 1708억원을 공제받았다. 2023년 4분기(2401억원) 이후 5분기 만의 최고치다. 그만큼 미국 현지 생산이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하나증권은 지난 19일 SK온 배터리 사업부문 실적 개선을 기대하며 SK이노베이션 2∼3분기 실적 전망을 높였다. 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 SK온이 1178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전분기에 2993억원 적자, 전년 동기에 4601억원의 적자를 낸 데 비해 대폭 개선된 수치다.
윤 애널리스트는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1·2공장 12개 라인 중 9개가 현대차·기아, 2개는 폭스바겐, 1개는 포드로 현대기아차 판매량 호조로 가동률이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상향된 영향”이라고 밝혔다. 그는 “출하량 증가에 따라 AMPC 수취 금액도 전분기 대비 대폭 많아지고, 고정비 절감 효과로 마진 개선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KB증권도 “지난해 말부터 SK온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기아 미국 현지공장에서 전기차 생산·도매 판매가 본격 시작하고 지난달부터는 아이오닉9 및 EV9 신규 재고 확충이 시작됐다”며 “현대차그룹 생산을 위한 4월 배터리 필요분만 1.5GWh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K온 미국 공장이 올해 2·3분기 90%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할 시 적자를 대폭 축소,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전기차 시장 전망은 올해도 밝지 않아
다만 올해 전기차 시장을 놓고 봤을 때 낙관적인 전망을 찾기는 쉽지 않다. SK증권은 지난 10일 발간한 ‘K배터리, 네 가지 위기와 미래 승부수’에서 올해 전기차 시장 성장률을 미국 8%, 유럽 9%로 전망했는데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올해 초 매출 성장 목표치를 10∼30%로 설정한 바 있다. 특히 미국 시장만 놓고 보면 보조금이 전기차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고서는 봤다. 보조금과 세액공제 효과로 전기차 체감가격이 낮아지는 탓이다. 이 때문에 “업황 개선의 조건은 보조금 유지가 아닌 보조금 확대”라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보조금 확대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필요성도 커졌다. SK증권은 “ESS 수요는 비중 자체가 낮아도 견조하게 성장 중”이라며 전기차 대비 ESS 배터리 수요 비중도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증권 역시 ESS 역할을 강조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6일 “미국은 올해 전기차 누적 판매가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유럽 배터리 출하는 전기차 판매 성장에도 한국 기업 점유율 하락으로 감소세”라며 “미국 배터리 실적 회복은 전기차보다 ESS에 달려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용 미국 미시간 공장을 빠르게 ESS 라인으로 전환 중”이라며 “ESS 관련 수혜가 전기차 부문 부진을 상쇄하는 것이 데이터 혹은 실적을 통해 확인될 때, 의미 있는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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