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유도하는 탄소가격제 중 하나인 배출권거래제가 고령층의 소득과 고용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이나영 고려대 지속발전연구소 연구위원은 20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2025 고용패널조사 학술대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탄소중립 시대의 고령자 고용: 기후변화 대응의 실질적 영향 분석’을 발표했다.

이 연구위원은 2006년부터 2022년까지의 한국고령화연구패널(KLoSA) 자료를 활용하면서 3개 시점(2016, 2018, 2022년)에 주목해 배출권거래제 관련 정책 도입 효과를 측정했다. 이는 각각 1차(2015∼2017년), 2차(2018∼2020년), 3차(2021∼2025년)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을 고려해 설정한 것이다.
분석결과, 우선 1차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고령층의 17.3% 소득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나왔다. 2차는 17.6%, 3차는 18.8% 추가 감소로 관찰됐다. 이 연구위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탄소가격 정책의 누적적 부담이 심화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고령층 고용안정성의 경우 1차로 인해 4.2%, 2차로 5.2%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3차에서는 9.1%로 더 큰 하락폭을 보였다. 이 연구위원은 “감소폭은 소득 추정치보다 작지만, 통계적으로 강건하고 일관된 방향성을 보인다”며 “이는 탄소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고령 노동자의 임금 감소뿐 아니라 고용 불안정성도 심화됐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런 효과는 고령층 내에서도 차별적으로 나타났다. 고령 여성과 저학력자가 배출권거래제로 인한 손실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성별 계수는 작지만 방향성이 남성이 더 나은 결과를 보였을 시사한다. 이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단 걸 의미한다”며 “교육 수준은 소득과 고용안정성 모두와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이는 배출권거래제가 인적 자본 수준이 낮은 노동자에게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골자로 한 탄소중립 정책이 탄소집약적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 터다. 이 연구결과는 기후 정책의 노동시장 효과가 단순히 산업 간뿐 아니라 인구집단 간에도 이질적이고, 특히 한국의 고령 노동자가 취약한 계층이란 걸 보여준다.
이 연구위원은 “배출권거래제가 강력한 노동 보호 정책, 고령자 포용 정책과 병행되지 않는 한 기존의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환경 정책 설계의 중심에 사회적 형평성을 통합함으로써, 정부는 기후 위험을 완화하는 동시에 고령층의 생계를 보호하고 누구도 저탄소 사회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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