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GDP 5% 수준 국방비 압박한 美… 李정부 실용외교 첫 시험대다 [논설실의 관점]

, 논설실의 관점

입력 : 2025-06-20 16:58:58 수정 : 2025-06-20 16:58:58

인쇄 메일 url 공유 - +

GDP 5% 수준 국방비 압박한 美…역발상 전략 짜야
President Donald Trump salutes as attends a military parade commemorating the Army's 250th anniversary, coinciding with his 79th birthday, Saturday, June 14, 2025, in Washington, as Secretary of the Army Daniel Driscoll, Defense Secretary Pete Hegseth, and first lady Melania Trump, watch. (AP Photo/Julia Demaree Nikhinson)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미 국방부는 19일 션 파넬 대변인 명의로 된 성명에서 “피트 헤그세스 장관이 오늘(18일 상원 청문회)과 샹그릴라 대화(지난달 31일)에서 밝힌 것과 같이 유럽 동맹들이 우리 동맹, 특히 아시아 동맹을 위한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그것은 GDP의 5%를 국방 분야에 지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의 거듭된 메시지는 명확하다. 유럽보다 안보위협이 훨씬 큰 한국도 GDP 5%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희망 사항이라기보다는 압박이나 다름없다.

 

이제 국방예산 증액은 발등의 불이 됐다. 문제는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새 정부의 국방예산은 천정부지로 불어난다. 그만큼 다른 분야에 투입할 재원이 줄어든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2024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한국 국방비 총액은 479억 달러(약 66조 원)로, GDP 대비 2.8% 수준이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37%)와 러시아(5.9%)를 제외하면, 국방예산 상위 10위 국가 중 한국보다 GDP 대비 비율이 높은 나라는 미국(3.4%)뿐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5% 수준으로 인상할 경우 국방예산은 무려 120조 원에 육박한다.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관세협상으로 불똥이 튀는 것은 물론, 상식을 벗어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액을 꺼내 들고 몽니를 부릴 수도 있다. 이래저래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5% 증액 가이드라인에 얽매이기보다 현실적인 인상률을 제시하며 ‘항목조정’ 등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도 3.5% 수준으로 국방예산을 올리고 나머지 1.5%는 항목조정을 통해 국방비로 편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향후 미국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주한미군 규모와 역할을 축소·조정하면 한국군은 더 큰 대북 방위 책임을 지게 돼, 굳이 미국의 증액 요구가 아니더라도 국방비를 대폭 늘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국방비 5% 증액 요구는 무리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자칫 내정 간섭으로 비쳐 한국민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한·미 동맹 균열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미국 측에 전달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발상의 전략이 필요하다. 국방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면 북핵대응역량을 확 키우고 방위산업도 약진시키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 새 정부는 핵 작전 계획까지 포함한 한·미 확장 억제 전략을 수립하고 한국의 잠재적 핵 역량 구축,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지원 등도 검토해야 한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일본과 나토회원국도 공조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나토정상회의가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데 핵심의제가 우크라이나전쟁과 국방비 5%대 증액문제라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나토 회의에 참석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가 첫 시험대에 오를 공산이 크다. 새 정부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선 아쉽게 불발된 한·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바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주빈 '신비로운 매력'
  • 이주빈 '신비로운 매력'
  • 한지민 '빛나는 여신'
  • 채수빈 '여신 미모'
  • 아일릿 원희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