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국방비 국내총생산(GDP) 5% 증액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유럽연합(EU)의 방위비 증액안에 대한 만장일치 의결이 불투명해졌다. 증액안 반대 배경에는 산체스 총리가 겪고 있는 국내 정치적 위기가 지목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 보도에 따르면 산체스 총리가 마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서한에 “방위비 지출 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변경하는 것은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 복지국가의 지속 가능성과 세계관과 양립할 수 없고,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인플레이션을 촉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체스 총리는 서한에서 방위비 분담금 5% 달성 국가에서 스페인을 제외하거나 지출 목표를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설정하도록 요구했지만, 형평성 문제 등으로 실현 가능성은 낮은 모양새다. 나토 최신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 국방비는 GDP 대비 1.3%로, 나토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4월에서야 스페인 정부는 국방비를 2%까지 늘린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방위비 증액에 반대하는 이유로 산체스 총리가 처한 국내 정치적 위기를 지목했다. 지난주 그의 측근인 사회노동당 고위 관계자가 부패 혐의로 조사받기 시작하면서 산체스 정부 내 22명의 장관 중 5명을 차지하는 좌파 연합 ‘수마르’는 총리와 공개적으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다음 주에 예정된 나토 정상회담에서 미국·나토 동맹이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부터 EU에 GDP의 2%이던 방위비 목표액을 5%로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나토 국가들은 처음에는 이 제안을 거부했으나 결국 이를 수용해 늦어도 2035년까지는 GDP의 3.5%를 군사비 지출에, 1.5%는 국방 분야와 관련된 인프라 확충 지출에 할당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산체스 총리가 증액안에 반대 의사를 비치면서 32개 나토 회원국의 만장일치를 위협하고 있다. 이 합의가 무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참여를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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