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무병장수를 염원합니다.”
농심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의 염원이 통했다. 세계적인 백두산 수원지에서 끌어온 물로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선언했던 농심 ‘백산수’가 10여년 만에 누적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농심은 세계에 백산수의 차별성을 적극 알리며 새로운 10년을 준비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 40년 ‘자연정수’, 치솟는 ‘용천수’…백두산 수원지 가보니
‘백산’은 한국과 북한에서 부르는 ‘백두산’과 중국에서 부르는 ‘장백산’에서 따왔다. 생전 생수 사업에 큰 애착을 보였던 신 회장이 직접 정했다. 왜 백두산이었을까. 지난 16일 백두산 해발 670m, 청정 원시림 자연보호구역 안에 있는 백산수 수원지를 찾았다.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주도인 연길에서 차로 2시간여를 달리면 백두산 아랫마을인 이도백하에 도착한다.
이곳에 매일 2만4000t 분량의 물이 스스로 솟아나는 ‘내두천’ 수원지가 있다. ‘어머니 가슴’이라는 의미의 내두천은 ‘뽀글뽀글’ 자연적으로 솟아오르는 용천(湧泉)으로 사시사철 섭씨 6.5~7도의 동일한 수질을 유지한다.

농심이 백두산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수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수원지를 최우선으로 찾아 헤맸던 농심은 2003년부터 아시아와 유럽, 하와이 등 전 세계를 돌아다녔고, 자연 훼손의 여지는 물론 고갈 염려도 없는 백두산을 택했다. 수원지에서 3.7km 떨어진 생산라인까지 별도의 수로를 통해 백두산 청정 원시림을 해치지 않고 백산수를 만들고 있다. 농심은 수원지 내두천을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취수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생수는 농심 백산수가 유일하다.
‘자연정수기간’ 40년도 농심이 내세우는 차별점 중 하나다. 지난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산수는 백두산 천지로부터 수원지까지 약 40년간 총 45km의 자연보호구역 지하 암반층을 타고 흐른 물로, 이는 국내외 생수 중 최고(最古) 수준의 자연정수기간이다.
윤윤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연정수기간은 빗물이 지표면에 흡수돼 지하 암반층을 통과하는 시간으로, 오래 걸릴수록 자연정화되고 천연 미네랄을 많이 함유해 생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보통 마그네슘과 칼슘의 비율이 1:1에 가까운 물을 건강수로 분류하는데, 백산수는 0.9 이상의 비율을 보이면서 일반 생수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처음 물 그대로…전 공정 자동화 ‘스마트 팩토리’

2015년 2000억원을 투자해 완공한 농심 백산수 신공장은 수원지인 백두산 내두천에서 3.7km 떨어진 이도백하 지역에 위치해 있다. 약 30만㎡ 크기 부지에 연간 100만t(500mℓ 기준 16억병)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연면적 8만㎡ 규모의 공장이다.
모든 것이 자동화된 ‘스마트 팩토리’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게 운영돼 오염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최소한의 여과 시스템만 거치고, 백두산의 물을 그대로 깨끗하게 담을 수 있게 생산설비를 갖췄다. 실제 취수, 포장, 물류 등 생산 전 공정에서 필수 인력 외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류도 놓치지 않았다. 공장 내부까지 들어와 있는 철도는 전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농심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 소유의 철도 운영권을 직접 확보, 중국 전역에 기차로 제품을 운송하고 있다. 한국에도 이 철도를 통해 이동시킨 뒤 배로 들여온다.
현지 공장에서 만난 안명식 연변농심 법인장은 “세계 최고의 설비를 들여와 첨단 분석 시스템까지 보유하고 있다. 공장에서 생산된 물은 바로 컨테이너에 담아 전세계에 공급이 가능하다”며 “연변 대부분 식당에 백산수가 필수적으로 들어가 있을 만큼 현지 인기도 상당하다. 백두산 물을 사용한 프리미엄 생수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 12년만에 1조 성과, 점유율 확대는 과제…“2030년까지 30% 성장”
2012년 12월 출시 이후 꾸준히 백두산의 가치를 알려온 백산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매출 1조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3년 약 240억원으로 시작해, 2015년 준공한 백산수 신공장의 생산력을 바탕으로 성장 가속도를 높여 2019년부터 연 매출 1000억원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백산수의 연평균 성장률(CARG)은 약 16%에 달한다.
이제 농심의 숙제는 앞으로의 10년이다. 지난해 국내 생수 시장규모는 3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가마다 자국산 생수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 상황 역시 여전히 숙제다. 농심은 국내뿐 아니라 중국 전역으로 백산수 판매를 늘려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중국 특수 수요 개척을 백산수 해외 사업 확대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재 백산수는 전체 매출의 약 25%가 중국에서 발생하는데, 농심은 현지 백산수 매출 도약을 위해 2022년부터 중국 전용 5L 제품을 운영하는 등 특수 판매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지 정부기관(광천수관리국)과 협업으로 품질 공신력을 확보해 다양한 판매 채널을 발굴하고, 백산수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활용한 굿즈 마케팅 등 현지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상헌 농심 마케팅실장은 “2030년까지 해외 매출의 비중을 현재 25%에서 3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중국 외에 미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해 연 1000억 이상의 매출을 지속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신춘호 회장은 백산수 사업을 시작할 당시 ‘물 좋기로 소문난 백두산 천지물에 인간의 도리, 즉 농심의 정성이 더해지면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했다”며 “앞으로도 백산수의 차별화된 품질을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려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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