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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엔 ‘외국인 수호천사’가 있다…“외국인 친구들이 수시로 전화합니다”

입력 : 2025-06-20 13:06:39 수정 : 2025-06-20 13: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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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약국 등 외국인 통역 나서
'전화 통역사' 역할도 톡톡

“외국인 친구들이 수시로 전화합니다”

 

충북 영동군청 김기욱(42) 주무관은 지역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들에게 ‘수호천사’로 불린다. 코로나 19가 확산할 때 군보건소로 출장 나가 1개월간 통역 업무를 하면서다. 덕분에 우즈베키스탄 친구들까지 생겼다.

 

지난 9일 충북 영동군청 김기욱 주무관이 한 병원 복도에서 응급 수술이 필요한 외국인 근로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영동군 제공

김 주무관은 20일 세계일보에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잘한다고 해도 한자가 많아 이해하기 어렵다”며 “병원, 약국 등 당황하거나 두려움이 앞서는 곳에서는 오히려 우리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응급 수술이 필요한 외국인의 통역을 맡았다. 지난 9일 오전 9시30분쯤에 군보건소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면서 긴박한 시간이 시작됐다. 그는 전화를 끊고 5분여 만에 환자가 있는 병원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는 응급 수술이라는 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김 주무관은 여느 보호자처럼 복도 의자에 앉아 상황을 전했다. 또 보호자가 없으니 본인의 수술 동의, 마취 동의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의사와 면담에서 통역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끌어가는 등 30여분 대화 끝에 수술을 결정해 업무에 복귀했다.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외국인은 “가족도 없이 낯선 나라에서 도움을 받아 정말 감사하다”고 김 주무관에게 고마움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즈베키스탄 친구들로 그의 전화는 바쁘다. 행정업무 등 말문이 막히면 수시로 그를 찾기 때문이다. 감기나 통증 등으로 약국을 찾으면 외국인과 약사 사이에서 전화 통역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억울함도 풀어준다. 포도밭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의 실수로 포도밭이 엉망이 되자 농장주가 화를 내며 변상을 요구하자 김 주무관에게 연락이 와 농장주의 오해를 풀어주었다.

 

김 주무관은 대학 때 중앙아시아과를 다녔다. 또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2년 6개월의 유학 생활을 하며 러시아어와 우즈베크어를 공부했다. 현재 영동군청 재무과 소속으로 외국인 지원 업무는 아니지만 외국인이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나서고 있다.

 

그는 “외국인을 만나면 작은 동작으로도 대화할 수 있으니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동=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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