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느끼는 불합리·기만감, 단순한 불편 넘어
브랜드 이미지에 장기적인 타격이 될 수도 있어
국내 커피 업계 1위인 스타벅스 코리아가 자사 멤버십 제도인 ‘스타벅스 리워드 프로그램’을 14년 만에 전면 개편했다. 이번 개편안은 지난 17일부터 적용됐다. 기존의 무료 음료 쿠폰 중심의 혜택에서 벗어나 굿즈(MD), 푸드 등 다양한 리워드 옵션을 추가한 것이 주요 변화다.
스타벅스 측은 “고객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조치”라며 긍정적인 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소비자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개편 직후부터 “충성 고객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불만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리워드 혜택이 다양해진 반면 이를 얻기 위한 ‘별(Star)’ 적립 기준은 더 까다로워졌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일정 개수의 별을 모으면 무료 음료로 쉽게 교환할 수 있었지만, 개편 이후에는 더 많은 별이 필요하거나 일부 상품에는 별도의 조건이 붙는 경우도 생겼다.
◆리워드 확대?…“알고 보면 ‘별 적립’ 장벽만 높아져”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리워드 프로그램은 음료 구매 시 ‘별’을 적립해 무료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번 개편을 통해 골드 회원의 쿠폰 사용 범위는 제조 음료 외에도 푸드, 굿즈(MD) 등으로 확대됐다. 기존 골드 회원에 한정됐던 쿠폰 교환 기능도 그린 회원까지로 넓혔다.
골드 회원이 별 27개를 모으면 12개는 무료 음료 쿠폰으로, 나머지 15개는 푸드 쿠폰으로 교환해 자몽 망고 코코 프라푸치노(7100원), 블랙 사파이어 치즈케이크(9900원) 등 고가 메뉴를 추가 비용 없이 즐길 수 있다. 별 50개를 모으면 2만5000원 이하의 상품을 무료로 받을 수도 있다.
언뜻 보기에 혜택이 강화된 듯하지만 정작 ‘별’ 적립 기준은 강화됐다. 기존에는 스타벅스 카드로 1000원 이상 결제시 별이 적립됐지만 이번 개편 이후엔 3000원 이상부터 가능해졌다. 별을 쌓기 위해 필요한 결제 기준이 3배 높아진 셈이다.
대표 음료인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4700원)나 에스프레소(3900원) 등 대부분 음료는 3000원을 넘기 때문에 별 적립에 큰 무리는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쿠폰, 기프티콘 등 다양한 결제 상황에서 별 적립이 막히는 ‘숨은 조건’들이다.
기프티콘으로 톨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4700원)를 받은 후 1400원을 추가해 벤티 사이즈로 업그레이드해도 별을 받을 수 없다. 예전 기준인 ‘1000원 이상 추가 결제’로는 적립이 가능했지만, 개편 이후 ‘총 3000원 이상 결제’라는 기준이 새로 생기면서 적립이 차단된 것이다.
◆원모어쿠폰·버디패스 혜택도 ‘무용지물’?
스타벅스가 저가 커피 브랜드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혜택들도 별 적립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원모어쿠폰’은 아메리카노, 라떼 등 일부 음료를 구매하면 30분 뒤 해당 음료를 60% 할인된 가격에 한 잔 더 마실 수 있는 서비스다. 할인 적용 후 가격이 3000원을 밑돌면 별은 쌓이지 않는다. 오늘의 커피나 디카페인 음료 등 원모어쿠폰 적용 음료 대부분이 이 기준에 해당한다.

또 다른 혜택인 구독 서비스 ‘버디패스’도 마찬가지다. 이 서비스는 월 구독료를 내면 오후 2시 이후 음료 한 잔을 30% 할인된 가격에 마실 수 있는 쿠폰을 두 장 제공한다.
할인 적용 후 3900~4100원인 에스프레소 등 저가 음료를 주문하면 별 적립은 불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충성 고객을 위한 혜택조차 실질적으로는 별 적립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전문가들 “복잡하고 제한적인 혜택, 소비자 피로만 가중”
전문가들은 이번 스타벅스의 리워드 개편이 단순한 ‘혜택 확대’가 아닌, 실질적 ‘사용 조건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선택권이 넓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별 적립 기준을 3000원으로 올려 혜택 체감도가 떨어지는 구조”라며 “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형성된 고객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개편은 분명히 고객 리텐션 전략의 일환이지만, 복잡한 혜택 구조와 제한된 적립 조건이 오히려 고객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단순히 더 많은 혜택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보상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리워드 프로그램은 고객 락인(lock-in)을 유도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조건이 까다로워졌다는 인식만 남을 수 있다”며 “더욱 투명한 커뮤니케이션과 고객 중심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혜택은 늘어난 척하면서 정작 별은 안 주려는 꼼수”라며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충성 고객’에 대한 보상은 리워드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고객이 느끼는 불합리와 기만감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브랜드 이미지에 장기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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