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 잃은 국힘”… 대선 패배 토론서 쏟아진 쓴소리

주호영 “당권·공천만 노리고 싸워”
김용태 “변화, 선택 아닌 생존조건”
전문가 “계엄 없었어도 보수 위기”

“당권 장악하고, 공천만 받으려 싸우는 풍토를 바꾸지 않으면 영원히 제1당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이 쓴소리를 했다. 6·3 대선 참패 이후에도 별다른 개혁 의지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당내 분위기를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선 패배 후 민심과 국민의힘 혁신방안' 토론회에서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선 패배 후 민심과 국민의힘 혁신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주 부의장은 “선거 끝나고 나서 혁신 이야기를 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갈수록 형식적 혁신에 그치고 있다”며 “말만 하고 넘어간 채로 계속 악화돼 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당의 문제 중 제일 중요한 게 좌표를 잃었다는 것”이라며 “국민을 기준에 두고 당의 모든 것들을 맞춰가야 하는데 어느 순간 그걸 잃은 듯하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은 “변화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며 근본적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도 격려사에서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앞에 있다”며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당은 도태되고 말 것”이라며 “과거의 방식, 익숙한 언어 반복 구호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전문가들도 당을 향한 변화를 주문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당을 주도할 주체는 젊은 개혁보수 인물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개혁이 돼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국민 삶과 관련 없는 것으로 논쟁한다”면서 “보수는 제3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계엄이 없었어도 보수 위기는 이어지고 있었다”며 “지나간 사건에 사과하고 그다음 민생으로 가야 하지만 국민들은 사과를 들은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어떤 형태로든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재선 의원이 주축이 된 ‘당의 혁신을 바라는 의원모임’이 주최했다. 김 위원장과 주 부의장을 비롯해 2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조병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