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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미래] 기후에너지부가 기후를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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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19 22:49:42 수정 : 2025-06-19 22: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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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안보컨트롤役 기대 무색
산업부·환경부, 잇단 이해 상충
부처간 ‘밥그릇 싸움’ 변질 우려
물리적 넘어 화학적 통합 필요

최근 들어 새 정부의 ‘기후에너지부’ 신설 방향에 대한 기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신설 부처의 청사진은 지난 16일 출범한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구체화되겠지만 현재는 환경부의 기후탄소실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조직을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둘러싸고 여러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기후대응과 에너지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반면 산업 진흥을 목표로 하는 산업부와 규제 중심의 환경부가 서로 융합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각 부처의 관계자들은 이미 익명을 전제로 본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언론사들 또한 사설이나 기자수첩을 통해서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관련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환경부와 산업부 관계자 간의 이해 상충 문제만 부각되고 있다. 환경부는 기후대응과 환경 업무가 분리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내에서는 규제에 중심이 잡힐 경우 에너지 산업의 산업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칫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될 것 같다.

이는 지난 11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 거버넌스 개편 방향성’ 토론회에서 잘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위원장 위성곤 의원)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환경부와 산업부 그리고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먼저 기후대응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부터 부처 간 의견이 달랐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녹위를 지목하며 제대로 일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탄녹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의지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후 거버넌스 개편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 말하지 않았다. 토론회 끝 무렵 양이원영 전 의원이 산업부에 재차 의견을 물었으나 대답은 없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장관이 공석인 관계로 공식적인 의견을 밝힐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김종률 탄녹위 사무차장은 “탄녹위에는 21개 부처·기관의 장·차관도 다 참여한다”며 “이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면 안 될 것도 없는데 그냥 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환경부와 산업부 등 담당 부처 실무자들의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점을 토로했다. “(정부 부처 간) 협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적어도 대통령이 의지를 보이면 장·차관들이 서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답답했다. 책임은 서로 미루고 정중한 말투 속에 남 탓만 이어가는 공무원들의 발언을 지켜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기후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한국 사회가 무엇을 왜 하려는가’란 질문에 답한 이는 끝내 없었다. 이날 토론회 발표자 중 한 명으로 참석한 한 기자는 현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기후 거버넌스 개편은) 외과 수술이 아니라 신경과 수술로 봐야 한다.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통합이 필요하다.”

기후 거버넌스가 개편돼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의 체제로는 한국이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까지는 이제 5년도 채 남지 않았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이를 위해 한국은 2022년 배출량 대비 36.4%를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 여기에 주요국 간 탄소중립 기술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한국도 빠르게 따라잡아야 한다.

이처럼 제한된 시간 안에 정책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높은 집중도와 조정력을 갖춘 거버넌스 구조로의 개편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와 시민의 역할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앞으로 나올 정책들을 실현할 수 있는 중장기 기후재정 로드맵과 재정 확충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기후에너지부 신설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필요한 건 정밀하게 설계돼 정권이 바뀌어도 서로 협동해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후란 우산 아래에서 모든 것이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 말이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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