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냉방 인프라, 고위험군 보호 체계 대응 시스템”
도시 설계, 주거 환경, 근로 기준…‘폭염 시대’ 맞는 대책 필요
일본 전역에 이례적인 이른 폭염이 닥치면서 최소 4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수백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당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분 섭취와 냉방 등 폭염 대응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23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폭염은 6월 중순으로는 매우 드문 현상이다. 지난 18일부터 갑작스럽게 시작됐다. 20일 야마나시현 고후시는 무려 38.2도를 기록했다.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은 수치다. 군마현(37.7도), 시즈오카현(37.6도), 도쿄(34.8도), 오사카(33.4도) 등 전국 547개 관측소에서 30도를 웃도는 고온이 관측됐다.
도쿄에서만 18일 하루 동안 169명, 19일에는 57명이 열사병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사망자 4명은 모두 고령자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에어컨 사용을 주저하지 말고 건강을 우선하라”는 경고를 내놨다. 특히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냉방을 꺼리는 일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가 일상 날씨 바꿨다”…전문가들 구조적 대응 촉구
도쿄대학교 기후시스템연구과 이마다 유키코 교수는 “이번 폭염은 명백히 이례적이며, 기록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6월 중순에 150곳 이상에서 35도를 넘는 고온이 관측됐다”며 “장마 전선이 사라진 것도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마다 교수는 주요 원인으로 태평양 고기압의 조기 확장을 꼽았다. “평소보다 한 달 이상 빠르게 고기압이 일본 열도에 자리잡은 점이 큰 영향을 줬다. 이러한 현상은 올여름 내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지구온난화로 기본 기온이 상승하고, 최근 2년간 일본 주변 해양 열파가 더해지면서 복합적인 폭염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3일 연속으로 열사병 경보를 전국에 발령한 상태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오키나와, 규슈 남부, 교토, 나라 등지에는 경보가 유지되고 있다.
◆폭염은 기후 재난…냉방도 생존 수단
기상청은 열사병 예방 지침을 통해 △충분한 수분 섭취 △그늘 이용 △무리한 야외활동 자제 △고령자 안부 확인 등을 당부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을 단순한 더위가 아닌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 수준의 기상 이변으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6월 중순에 이처럼 강력한 폭염이 전국적으로 나타난 건 기후변화가 일상 날씨의 패턴을 바꾸고 있다는 증거”라며 “지구 평균기온 상승으로 인해 폭염이 더 빠르게,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에어컨 사용을 절제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생존의 문제”라며 “고령자, 만성질환자, 야외 근로자 등은 폭염 취약계층으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일상화되는 시대에 대비해 구조적인 기후 적응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도시 설계, 주거 환경, 근로 기준 등 전반에 걸쳐 ‘폭염 시대’에 맞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단기 경고가 아니다”라며 “지속 가능한 냉방 인프라, 에너지 지원 확대, 고위험군 보호 체계를 포함한 기후위기 대응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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