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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거면 대출 안 갚고 기다릴 걸”…성실하게 상환한 서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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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23 05:00:00 수정 : 2025-06-23 14: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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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체채권 탕감’에 엇갈린 반응…“재기 기회” vs “성실 상환자 역차별”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연체할 걸.”

“막막했는데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최근 발표한 ‘5000만원 이하 연체채권 탕감·조정’ 방안을 둘러싸고 사회 곳곳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재기의 기회라며 반기고 있지만 성실 상환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과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는 내년부터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해 총 113만여명의 연체 채무자에 대해 16조4000억원 규모의 빚을 완전히 소각하거나 원금의 최대 80%까지 감면할 계획이다.

 

중위소득 60% 이하 소상공인은 ‘새출발기금’을 통해 연체 원금의 최대 90%까지 탕감받을 수 있다. 장기간 빚의 늪에 빠져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취약계층을 구제하기 위한 조치다.

 

◆취약차주 증가…정책 필요성 대두

 

정부가 이처럼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취약계층의 빚을 정리하려는 배경에는 경기 침체 장기화와 이에 따른 채무 불이행자 증가가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자인 ‘취약차주’는 2022년 말 178만명에서 2024년 1분기 말 188만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위기는 심각하다. 전체 자영업자 차주 가운데 취약차주 비중은 빠르게 증가 중이다. 2023년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는 42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1000명(7.8%) 늘었다. 이들의 은행 대출 연체율도 11.16%로, 1년 새 2.26%포인트나 급등했다.

 

◆“세금으로 빚 대신 갚아준다?”…도덕적 해이 논란

 

채무 탕감이라는 강도 높은 조치에 대해 ‘형평성 논란’도 거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정책 발표 직후부터 수백개의 댓글이 쏟아졌고, 상당수가 성실 상환자 소외에 대한 불만을 담고 있다.

 

한 시민은 “나라가 갚아주고, 그 적자는 국민 세금으로 메꾼다. 결국 빚 갚은 사람들만 손해 아니냐”며 “성실한 시민을 역차별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는 파산에 준하는 수준으로 상환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연체자를 엄격하게 선별해 지원하는 것”이라며 “누구든 장기 연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회 통합과 재기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장치도 다각도로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사회적 재기 프로그램…보완책 병행돼야”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단순한 채무 감면을 넘어 사회적 재기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 금융정책 전문가는 “장기 연체자의 상당수는 단순한 소비 과잉이 아니라 사업 실패, 질병, 예상치 못한 경제 위기로 상환 능력을 상실한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방치하면 사회 전체의 경제적·심리적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 조건부 탕감은 장기적으로 사회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형평성 문제를 피하려면 제도 설계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실하게 상환해온 국민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일정 기준 이상 상환자에게는 신용 등급 우대나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병행되어야 한다”며 “철저한 심사 기준과 채무자의 책임 있는 참여를 담보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일회성 채무 탕감으로 그쳐선 안 된다”며 “자영업자 과잉, 고금리 대출 구조, 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 등 근본적인 문제를 병행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기 이후 다시 연체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사후관리 프로그램과 금융 교육, 창업 실패 대응 시스템 마련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측은 입장자료를 통해 “7년 이상 장기연체자는 그간 지속적인 추심 등으로 고통받고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어려운 사람들로 대체로 상환능력이 있음에도 상환하지 않는 채무자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정부는 금번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특별 채무조정 패키지’ 마련에 있어 도덕적 해이 및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별장치 및 신규 프로그램 등 다양한 보완 대책을 함께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정책자금 등을 성실하게 상환해왔던 소상공인 등과의 형평성 문제를 감안해 그간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이자환급 지원정책에 더해 새로운 프로그램 등을 금번 추경안을 통해 추가로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번 프로그램은 장기연체로 인한 지속적인 채권 추심, 모든 금융거래 및 취업 제한 등의 고통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등의 재기와 생활 회복 지원을 위한 일회적인 특별대책”이라며 “금년 3분기 안에 발표될 ‘장기연체채권 매입·소각 프로그램’ 세부방안 마련 과정에서 국민들께서 우려하시는 도덕적 해이 및 형평성 문제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더 노력해나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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