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소득 같아도 연금 구성 방식 따라 부담 달라져…형평성 문제 유발한다는 지적도
“수급 예정자에게 제도의 정확한 정보 제공…과세 기준 합리적 조정 필요한 시점”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노년층이 건강보험료와 소득세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하면서 실제 손에 쥐는 연금액이 당초 기대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2년 9월 시행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 이후 연금소득으로 인해 직장가입자 자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고령 수급자들이 늘고 있다. 이럴 경우 매달 수십만원에 이르는 건강보험료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21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건강보험과 연금소득 과세가 국민연금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의 직장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던 노년층이 대거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피부양자 자격 유지 기준이 연소득 34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크게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60세 이상 고령자가 있는 피부양 가구의 7.2%, 약 24만9000가구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부담해야 할 건보료는 연평균 264만원, 월평균 약 22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같은 금액의 연금을 받더라도 연금의 구성 방식에 따라 건보료 부담이 달라지는 구조적 불합리성이다. 건강보험료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에는 부과된다.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 소득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월 200만원을 모두 국민연금으로 받는 A씨는 200만원 전액이 건보료 부과 대상 소득으로 잡힌다(소득의 50% 반영). 반면 국민연금 100만원과 퇴직연금 100만원을 받는 B씨는 국민연금 소득 100만원에 대해서만 건보료를 납부하면 된다. 같은 총소득임에도 국민연금 의존도가 높은 수급자가 더 많은 건보료를 내야 하는 셈이다.
소득세 부담도 연금 수급의 실질 소득을 줄이는 요인이다. 기초연금은 전액 비과세 대상이지만 국민연금 노령연금은 과세 대상이다. 국민연금만 받는 수급자보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함께 받는 수급자의 실질 가처분 소득이 오히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부담은 연금 수급 시점 선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건보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규 노령연금이 아닌 ‘조기노령연금’을 선택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조기노령연금은 법정 수령 시기보다 1~5년 앞당겨 받는 제도다. 1년 당기면 연금액이 6%, 5년 당기면 최대 30%까지 감액된다. ‘손해연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적 불합리를 해소하려면 연금의 ‘명목 수령액’이 아닌 ‘순연금소득’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세금과 건보료를 고려한 실질 수령액을 기준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책 제언으로 △건보료 부과 시 국민연금 소득에서 기초연금액만큼 공제 △주택연금 수령 시 주택금융부채도 공제 대상에 포함 △연금 수급 예정자에게 세금·보험료 관련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안내할 것을 제안했다.
한 전문가는 “국민연금은 노후의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건보료와 세금이라는 이중 부담으로 인해 실질 수령액이 크게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소득이 같아도 연금 구성 방식에 따라 부담이 달라지는 현 제도는 형평성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며 “연금 정책은 순소득 기준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급 예정자에게 제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건보료와 과세 기준에 대한 합리적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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