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등 생활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저소득층의 체감 물가가 고소득층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품목 내에서도 저가상품 가격이 더 크게 오르는 ‘칩플레이션’(Cheap+Inflation) 현상 때문에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인 2021년 이후 올해 5월까지 필수재 중심의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9.1%로 소비자물가 상승률(15.9%)보다 3.2%포인트 높았다.

생활물가 상승에는 가공식품 가격 인상 영향이 컸다. 올해 들어 5월까지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53개(73%) 가격이 인상됐다. 이에 따라 생활물가 상승률에 대한 가공식품 기여도는 지난해 하반기 0.15%포인트에서 올해 1∼5월 중 0.34%포인트로 2배 넘게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필수재의 물가수준은 높았다. 우리나라의 2023년 기준 의류(161), 식료품(156), 주거비(123) 물가수준은 OECD 평균(100)을 크게 상회했다. 식료품 중 과일·채소·육류가격은 OECD 평균의 1.5배 이상이다.
소득 1분위(하위 20%) 계층이 체감하는 누적 실효물가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 16%로 소득 5분위(상위 20%)의 15.0%보다 높았다.
같은 품목 내에서도 저가상품 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 칩플레이션도 저소득층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2023년 9월 기준 1분위(저가) 상품의 물가지수(2020년 1월=100)는 116.4로, 4분위(고가) 상품(105.6)보다 높았다.

◆ 한은 “지방·수도권 주택 양극화로 체감 주거비 180만원 차이나”
서울과 비수도권 간 체감 주거비가 최대 180만원까지 벌어지면서 수도권 시민들의 소비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주택 양극화는 주요국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일환으로 발표한 ‘주택시장 양극화와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지역별 체감 자가주거비는 비수도권 중에서 경북이 51만원, 전남이 49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서울은 그 4배를 웃도는 229만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대부분 국가에서 주택 공급 축소, 금융 완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지만 한국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유독 수도권에 집중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2013년 12월∼2025년 5월 중 수도와 전국 간 주택가격 상승폭 격차는 한국이 69.4%포인트로 중국(49.8%포인트), 일본(28.1%포인트), 캐나다(24.5%포인트) 등을 압도했다. 이는 연구진이 서울 등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지수를 전국의 지수로 나눠 양극화 정도를 추정한 결과다.

◆ “계란·배추 수급 불안 막는다”…농식품부, TF 가동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축산물 및 식품·외식 등 품목별 수급대책을 논의하고, 유통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농식품 수급 및 유통구조 개혁 TF’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이는 지난 16일 기획재정부의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논의된 물가 대책 관련 후속 조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원가부담 누적 등에 따라 지난달 가공식품과 외식 분야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1%, 3.2% 올랐다.
농식품부는 특히 계란, 닭고기 등 축산물과 배추 가격 안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선 산란계협회의 고시가격 인상과 소비 증가로 가격이 오른 계란의 경우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산란계 생산 기간을 평균 84주령에서 87주령으로 늘리고, 안정적인 계란 생산을 위해 생산자 단체와 협의해 산란계에 비타민과 영양제를 투입할 계획이다. 자조금을 활용해 일부 대형마트의 계란 납품 단가 인하도 추진한다.
브라질 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른 닭고기 수입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 달 말부터 태국산 닭고기 4000t을 수입하고, 국내산 닭고기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브라질 내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 한해 닭고기를 수입해 오는 8월부터 국내 공급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배추 수급 안정 대책도 추진한다. 농식품부는 여름 배추 재배 면적을 확대해 농협과 산지 유통인을 대상으로 4000t의 사전 수매 계약을 맺어 8∼9월 출하 물량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상기후에 대비해 예비묘 250만주를 확보·공급하는 등 생육 관리에도 나선다. 봄배추 수매 비축 물량을 50% 이상 확대해 정부의 가용 물량을 2만3000t 확보하고 추석 전까지 도매시장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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